“이번 제안을 받았을 때 운명적인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2년 전 처음 전통무용 연출을 시작했을 때부터 구상하던 딱 그런 작품을 연출해달라고 의뢰받았으니까요.”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단’(壇ㆍ2013), ‘묵향’(2013)에 이어 또 한 번 전통무용 연출가로 도전한다. 정씨는 12월 5~6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무용단 신작 ‘향연’(饗宴)의 의상, 무대 디자인, 조명 등 연출을 총괄한다. 정씨가 먼저 국립극장에 제안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17일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향연’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한국무용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3년 전 국립무용단이 전통 무용을 엮어 만든 ‘코리아 환타지’를 본 뒤 한국 무용의 매력에 빠졌어요.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면 충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먼저 제안을 드렸죠.” ‘코리아 환타지’는 1974년 무용가 송범의 ‘한국무용제전’을 시작으로 조흥동, 국수호, 김현자, 배정혜 등의 손을 거치며 7~8분 분량의 다양한 민속무용을 엮어 만든 국립무용단 대표 작품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공연됐다.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라는 뜻의 ‘향연’은 ‘코리아 환타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12개의 한국 전통춤을 4막에 담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1막(봄)은 궁중무용, 2막(여름)은 종교무용, 3막(가을)은 민속무용, 4막(겨울)은 왕과 왕비의 춤을 형상화한 태평무를 배치했다. 정 연출은 “한국의 무용이 꼭 풍류만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봐 마지막을 태평무로 장식하기로 했다”며 “조흥동 안무가께서 새로운 태평무를 창작해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춤은 전문가에게 맡기되, 무대와 의상에는 정 연출의 색깔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전통무용의 가장 큰 특징처럼 여겨 온 오방색을 해체해 1막 무채색에서 시작해 하나씩 의상에 색을 더해 마지막 태평무에서 의상(빨강과 파랑)과 무대 장식(노랑과 검정)을 통해 오방색을 완성한다. 음악 역시 기존 춤곡에 장단만 남겨 놓고 다시 편곡했다.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전통을 고수하고 지키는 사람, 전통을 현대에 맞게 응용하는 사람,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창작하는 사람의 활동이 모두 활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무용도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는 현대적인 재해석이 필요하고, 그 작업 중 하나가 ‘향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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