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리 테러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급속히 퍼져나가 혼란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파리테러 직후 “파리의 비극이 세계에서 가장 총기 규제가 까다로운 나라들 중 하나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라고 트윗을 했다는 소문이다. 이는 외신을 통해 전세계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올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후 트위터에 라고 올린 글이 마치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다시 리트윗된 것이다. 이 트윗을 읽은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 제라르 아로는 트위터에 “이는 인간의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테러 직후 SNS와 메신저를 통해 ‘테러범 사진’이라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청년이 티셔츠 위에 방탄조끼를 입고 쿠란을 들고 있는 사진이 널리 퍼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언론에는 이번 사건 용의자라며 이 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캐나다에 사는 시크교도 베어렌더 유발씨가 자신의 욕실에서 아이패드를 들고 거울을 통해 찍은 셀카로 밝혀졌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누군가 악의적으로 조작해 유포한 것이다.
가장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앞의 보안요원이 영국 프로축구팀 크리스털팰리스의 수비수 마틴 켈리로 잘못 알려지며 그가 피해자를 도왔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져 영웅으로 추앙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켈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실이 아님을 밝혀야 했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파리 테러를 애도하는 군중 가운데 2012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추모 당시 보였던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이 고용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고용된 배우들이 현장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등 연기를 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는데 관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명 비디오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PS4)는 정확한 정보 없이 공유된 영상으로 인해 파리 테러범의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벨기에 얀 얌봉 내무장관이 온라인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IS조직원들이 PS4로 테러를 모의했다고 발언했으나, 이 발언은 파리 테러 사흘 전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위크는 16일 “그는 PS4유저가 문자메시지나 음성전화를 통해 다른 유저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파티 챗’기능을 언급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얌봉 장관의 22초짜리 발언은 비틀리고 변형돼 언론매체에 인용됐다”고 꼬집었다.
마크 펜스터 플로리아 대학 법대 교수는 16일 뉴욕타임스에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를 아마추어 탐정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며 “이를 통해 대중들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자경주의와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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