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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1월과 달랐다…테러로 흔들리는 프랑스의 ‘톨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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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1월과 달랐다…테러로 흔들리는 프랑스의 ‘톨레랑스’

입력
2015.11.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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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들이 15일 파리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 인근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시민들이 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자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경찰들이 15일 파리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 인근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시민들이 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자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의 11월은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크게 달라졌다. 1월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지금은 무슬림을 향한 무분별한 분노와 차별적 발언이 쏟아지며 관용을 지지하는 주장은 찾기 힘들어졌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파리 테러 후 여론 흐름과 사회 분위기가 1월에 발생한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와 크게 다르다고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는 정치인과 언론이 쏟아내는 정치적 발언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런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를 강조하는 평화의 행진으로 맞섰다. ‘반(反)테러’를 기치로 열린 행진에는 파리에서만 150만명, 프랑스 전역에서 37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의 종교와 신념, 출신은 관계없는 톨레랑스의 걸음이었다. 행진 대열 곳곳에서 ‘나는 무슬림이다’라는 팻말을 든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29명이 사망한 이번 파리 테러 이후엔 아직 어떤 연대의 움직임도, 일반 무슬림과 급진주의자들을 구별하자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부터 달라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상ㆍ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유약하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비상사태 연장과 테러리즘 대응을 위한 개헌 등 ‘테러와의 전쟁’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감정을 불신과 적대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올랑드가 이날 “금요일 프랑스인이 다른 프랑스인을 죽였다”고 발언한 데 주목했다. 평소의 프랑스라면 ‘내부의 적’과 같은 표현은 사회 분열을 조장할 수 있어 금기 시 됐지만 이날은 좌파, 우파, 극우 어느 정당에서도 문제제기가 없었다. 심지어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테러 발생 직후인 14일 “프랑스가 모든 급진적인 이맘(이슬람 교단 지도자)을 쫓아낼 필요가 있다”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 무슬림들은 이런 시선 변화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공포와 의심은 이미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페이스북에선 ‘무슬림을 죽여라’ 등 혐오의 말들이 넘쳐난다. 한 무슬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로부터 ‘헬멧을 벗어보라’는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파리 거리에선 베일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임시로 마련된 장소에서 바타클랑 극장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던 중 프랑스인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소동도 있었다. 프랑스 남성이 다가와 이들에게 ‘코란이 극단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준다’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이중 파란색 베일을 쓰고 있던 아비바 타라바크는 “코란에선 아무도 죽이지 말라고 한다”며 “그들은(테러리스트들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에겐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고함만 돌아왔다고 NYT는 전했다.

프랑스계 무슬림 전문가이자 내무부 관료를 지냈던 베르나르 고나르는 “테러로 사람들이 더 이상 ‘안티 무슬림’을 드러내는데 조심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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