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 등 병문안
김희중 대주교 “생명 경시 사상의 하나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
유흥식 주교 “소중한 국민을 옛날에 공비 잡듯이, 닭 몰이 하듯 잡아선 안돼”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일하고 시위를 한 일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할 수 있는지, 피부에 와 닿는 아픔을 느낍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17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를 찾은 자리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오후 4시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이영선 신부 등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아 백씨의 상태를 살피고, 아내 등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김 대주교는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인 백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다.
김 대주교는 병문안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혼수상태에 놓여있는 형제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서 왔다”며 “이 순간 다른 어떤 시시비비도 필요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한번 우리가 다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생명 경시 사상’의 표출로 규정하고, 국민 생명 보호에 안일한 경찰의 의식 수준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대주교는 “어쩌면 이번 일도 생명 경시 사상의 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며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자비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생명 존중에 반하는 어떤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행한 유흥식 주교 역시 경찰의 진압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병실에 가서 뵈니 정말 아주 평범한 농민으로 일생을 살아온 장딴지도 팔도 얼굴도 모든 몸이 참 건강해 보이는 분이 생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며 “분명히 소중한 국민이라면 옛날에 공비 잡듯이, 어렸을 때 닭 몰이를 하듯 할 것이 아니라, 막되 퇴로를 남겼어야 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또 그는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시민 모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일이 발생한 만큼 복음적인 대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대주교 등을 맞은 백씨의 아내는 “바르게 살아오던 농부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 났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자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가 살벌한 세상이 아닌, 좋은 세상에서 살게 되는 것이 우리 양반이 항상 원하던 것이었다. 사욕보다는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는 것에 신경 쓰던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학 4년)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나.
김희중 대주교= “무엇보다도 혼수상태에 놓여있는 우리 형제와 연대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서 왔다. 이 순간에는 다른 어떤 시시비비도 필요 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가 공감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한번 우리가 다짐했으면 한다. 어쩌면 이것도 우리가 생명 경시 사상의 하나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자비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
-시위대가 법을 어겨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흥식 주교= “무겁고 정말 슬픈 마음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으면 시위대가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히 소중한 국민이고 백성이면, 옛날에 그냥 공비 잡듯이 어렸을 때 닭 몰이해서 잡듯이 할 것이 아니라, 막되 퇴로도 좀 남겨놔야 하고 어쨌든 모든 일에서 사람이 얼만큼 소중하고 중요한지가 마음 속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병실에 가서 뵈니 정말 아주 평범한 농민으로 일생을 살아오신, 장딴지도 팔도 얼굴도 모든 몸이 참 건강해 보이셨다. 이런 분이 열심히 일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하는데. 이런 평범한 분이 생명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은 정말 모두가 이런 일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고 이런 사건을 통해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가족들과 안에서 어떤 이야기 나눴나.
김 대주교= “가족들은 할 말을 잃었다. 생명이 촌각에 달려있고, 어떻게 보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 상태에 놓여있는데 가족들로서는 제발 생명이라도 건질 수 있으면 하는 그런 바람 이외에 다른 생각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이것은 우리에게 생명 이상의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이에 반하는 어떤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실한 신자의 소식을 처음 듣고 어떤 심경이었나.
김 대주교= “참 이 분들은 정치적인 이념이나 사상적인 대립보다도 생존권 수호차원에서 일하고 시위를 했을 텐데 그것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할 수 있겠는가. 참 굉장히 마음 아팠다. 또 제가 이분을 또 미리 알고 있었고. 광주 대교구 농민회 활동도 하고 있어서 더더욱 피부에 와 닿는 아픔을 느끼고 있다.”
-상태가 어때 보였나.
김 대주교= “의료적인 것은 제가 알 수가 없지만 다만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 생각 이외에는 다른 생각은 안 들었다.”
-특별한 기도의 말씀이 있었다면.
김 대주교= “무엇보다도 백남기 형제가 빨리 의식을 회복하고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런 희생이 제발 헛되지 않고 생명 존중 사회가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뿐이었다.”
-교회가 가르치는 생명의 가치를 거스르는 사건에 대해 주교회의 차원의 입장 발표가 계획돼 있나.
유 주교= “정의평화위원회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사고를 하고 시민이라고 하는 분들은 전부다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발생했다. 저도 와서 봤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여기에 대한 대책이 복음적으로 발전적으로 나가는지도 봐야겠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 삶의 모습을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이런 일이 발생해서 정말 어서 누워계신 분, 가족들, 여러분들에게 연대하고 있다는 뜻을 표하기 위해 왔다. 다른 일은 차츰차츰. 이번 일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기도하면서 뜻을 모으면서 찾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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