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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미국 여론 두 갈래로 찢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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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미국 여론 두 갈래로 찢어지다

입력
2015.11.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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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동시 테러 이후 테러의 성격과 이슬람국가(IS) 응징 수위를 놓고 미국 여론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자료: teaparty.org
파리 동시 테러 이후 테러의 성격과 이슬람국가(IS) 응징 수위를 놓고 미국 여론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자료: teaparty.org

“파리 테러는 전쟁이 아니다. 테러의 화근을 없애려는 과잉 대응이 더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옳다. 이슬람을 모두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뉴욕타임스ㆍ폴 크루그먼)

“오바마는 잠에서 깨야 한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IS)가 서구 전역을 비재래식 전장으로 만든 걸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몇 달 안에 IS를 시리아ㆍ이라크에서 몰아내도록 국방부에 명령을 내려야 한다.”(월스트리트저널)

파리 동시 테러가 보수ㆍ진보 진영 사이의 골이 가뜩이나 깊어진 미국 여론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 16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IS가 저지른 테러의 의미 ▦미국의 대응방법 ▦무슬림과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식 등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계층의 견해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지상군 파병 여부. 테러 직후부터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백악관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지상군 파병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직접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터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 지상군을 현지에 파견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주도로 이뤄진 현재의 IS 봉쇄작전과 관련, “이라크 북부 신자르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을 탈환했다”며 “IS가 장악한 영토가 줄어들고 외부 가담인원이 감소하는 등 우리 전략이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싶은 정치적 야심 때문에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여전히 지상군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파리 테러의 성격을 놓고 주장이 엇갈린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명 충돌’이며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 미국이 전면적 군사행동을 취해야 할 ‘전쟁’인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루비오 의원은 테러 발생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명의 충돌’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전 지사도 “서구 문명을 파괴하기 위한 조직적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성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IS가 함량미달 집단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는 사실이 아니며, 서구 전역에서 전쟁을 선포했으며 9.11 사태보다도 그 도발을 더 막기 힘들게 됐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진보성향 지식인으로 꼽히는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파리 테러는 IS의 ‘전쟁 선포’는커녕 그 집단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구 문명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하는데, 시리아보다 20배나 경제 규모가 크고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프랑스가 이번 테러로 정복될 것으로 보느냐”고 보수 진영의 우려를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적절한 응징까지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IS는 지구온난화 등 미국과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협 가운데 하나라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무슬림과 시리아 난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뜨거운 논쟁 거리다. 트럼프는 16일 미국 내 회교사원을 ‘테러의 온상’인 것처럼 암시하는 한편 대통령이 되면 일부 사원을 폐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MSNBC에 출연, “회교사원에서 어떤 생각들, 어떤 절대적 증오의 생각들이 나오기 때문에 폐쇄를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과 관련, 테드 크루즈 의원은 “박해 받거나 학살에 직면한 기독교인들을 위한 피난처는 제공해야 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며 종교에 따른 선별 구제를 주장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민주당 진영은 “IS의 잔악성을 대부분 선량한 무슬림 전체로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측 주장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미국의 여론 양분현상은 정치권에만 그치지 않고, 주요 언론매체의 관련 기사 댓글 등 일반인 사이에서도 확인된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진보 성향 매체에서는 “공화당이 전쟁 단추를 누르게 해서는 안된다” “IS가 노리는 게 우리 내부의 두려움과 분열”이라는 댓글이 많은 반면 보수 성향 매체에서는 “오바마는 빵점 대통령”, “IS의 근원을없애야 한다”같은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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