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며 수수료,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대출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사기의 주요 유형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대책으로 어려워진 피싱 사기 대신 대출사기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들어 대출사기 피해자가 5,689명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2,758명을 넘어섰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대출사기 피해자와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상반기까지 1,700명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대출사기가 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급정지제도를 도입하고 지연인출 시간을 늘려 보이스피싱이 어려워지자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 전체 금융사기 피해액의 57.2%(132억원)였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 10월 40%(35억원)로 떨어진 반면, 대출사기 피해액은 같은 기간 42.8%에서 60%로 늘었다.
대표적인 대출사기는 저신용자에게 대출해주겠다며 유혹한 뒤 계좌 이체로 보증금을 받고,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필요한 수수료를 보내라는 수법 등이 꼽힌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줄 테니 이자를 선납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사기를 당했을 때는 경찰청(112)이나 금융회사 콜센터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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