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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경찰의 민망한 성범죄, 남성중심 문화 탓?

입력
2015.11.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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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청장 여기자 성희롱 및 일선 경찰관 성 비위 잇따라

“성범죄시 즉각 파면 또는 해임” 강신명 청장 의지 무색

“경찰 시험에 성윤리를 필수과목으로 할 수도 없고 지휘부까지 이러니 참 답답하네요.”

17일 김재원 전북경찰청장의 여기자 성희롱 소식을 접한 일선 경찰관들의 푸념 섞인 얘기입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올해 8월 경찰관들의 성 비위가 잇따르자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에 대해 즉각 파면 또는 해임 조치를 취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겠다”며 엄단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앞으로 경고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경찰 수장의 일갈이었던 셈이죠.

강신명 경찰청장. 연합뉴스
강신명 경찰청장. 연합뉴스

하지만 강 청장의 의지는 3개월 만에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김재원 청장의 성희롱 소식이 알려진 16일만 해도 두 건의 경찰 성추문 소식이 함께 들려왔습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직원은 지난달 성범죄 피해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10대 여성 청소년을 경찰서 내에서 성추행하고 음란사진까지 찍었다가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경기 지역 경찰서의 한 간부는 내연녀의 고교생 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역시 구속됐지요. 앞서 지난달에는 대한민국 경찰의 축제인 ‘경찰의 날’을 앞두고 서울의 일선 경찰서 간부가 후배 여경을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일도 벌어졌습니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경찰의 성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다 보니 조직 내부의 당혹감도 상당한가 봅니다. 단순한 기강해이 문제를 떠나 공권력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국민의 신뢰를 좀 먹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지요. 경찰 고위 간부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경찰 조직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경찰관의 성범죄는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경찰 조직의 특성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낮은 계급에서부터 왜곡된 남성성을 부추겨 성 관련 문제가 불거져도 침묵하고 용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해결책 역시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청장을 지낸 한 인사는 “경찰이 지휘관 중심 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사고과 등에 성비위 관련 부분을 명시해 인위적으로라도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물론 경찰관 한 명 한 명의 윤리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 아무리 탁월한 정책과 제도도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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