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선진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감안해 신중하고 완만하게 조정돼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터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2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강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의 경기둔화까지 맞물리며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 유입된 선진국의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미국 금리 인상이나 중국 양적 완화 등 특정 국가의 문제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강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정책을 G20 회원국이 인정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프랑스와 함께 ‘금융안전망 강화 실무그룹’의 공동의장국에 선임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구글세’가 대표 사례인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BEPS) 방지책 도입을 지지하고 “관련 법을 한국에도 조만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구글세 도입은 지난달 페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결정됐다.
한편, 경제성장 전략 이행 정도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G20 회원국들 중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경제성장 전략 내용에 대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년 연속 3위 안에 든 것은 20개국 중 유일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올해 1위는 이탈리아, 3위는 일본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구조개혁을 잘 이행 중이고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규제완화법 등 관련법의 국회 처리만 잘 됐으면 거뜬하게 1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국회를 겨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G20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
안탈리아(터키)=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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