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의 여파로 일본정부가 대테러 강화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내년 주요국(G7) 정상회의와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행사 개최를 앞둔데다 고토 겐지(後藤健二) 등 일본인 2명이 올해 초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희생된 충격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앞세우며 국제분쟁 지역에 자위대 파견을 확대하려는 상황이어서 테러에 대한 일본의 경각심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당장 19일 ‘프리미어12’야구 한일전이 열리는 도쿄돔 경비부터 대폭 강화한다. 일반수하물 검사 외에 금속탐지기를 도입하고 입장객 전원의 몸 수색 절차를 검토 중이다. 경비인력의 경기장내 순회빈도도 늘린다. 도쿄도는 만일의 경우 관객과 선수를 어떻게 피난 대피시키고 패닉 상황을 방지할지 경기장 테러대비책을 종합 분석 중이다. 일본의 방송들은 나리타(成田)공항이나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한 파리방문 일본인 관광객의 공포에 질린 표정을 내보내며 파리 테러가 먼나라 얘기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각료회의에서 테러 대책 강화를 지시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정부가 경시청 특수급습부대(SAT)나 총기대책부대의 장비를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 5월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G7회의 등을 대비해 국제테러정보 수집체계와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차단하는 이른바 ‘미즈기와(水際)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에현도 16일 위기관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정상들이 입국할 주부(中部)공항과 나고야(名古屋)역 경비대책을 논의했다.
경시청은 2016년도 예산에 이세시마 정상회담을 위한 SAT용 방탄복 등 정비비용에 156억엔을 계상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범의 장비보다 우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향후 파리 테러범이 사용한 무기를 분석해 장비개선에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봄을 목표로 해온 외무성의 ‘국제테러정보수집 유닛’발족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 조직은 IS의 일본인 살해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 신설이 결정됐다. 총리직할조직으로 외무성 및 내각정보조사실 소속 2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재외공관에도 지역정세에 밝은 전문인력을 배치한다.
일본정부는 IS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바 있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주재 일본대사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최대 규모인 5만명의 경비인력을 동원하는 한편, 관객의 얼굴사진이 담기는 ‘관객패스’사용도 검토 중이다.
파리 테러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이나 여행ㆍ항공업계도 유탄을 맞고 있다. 캐논은 전 임직원의 프랑스 출장을 전면 금지시켰다. 닛산자동차와 마쓰다는 연내 파리 출장을 금지했고, 시세이도는 파리 지점과 프랑스 중부의 공장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외출금지를 통보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유럽국가와 중동, 아프리카 출장을 당분간 보류시켰다. 일본 재계는 테러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 운송지연이나 물류비용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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