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일정도, 구장도 모두 개최국 입맛대로다. 그야말로 '동네 체육대회' 같은 운영의 '결정판'이다. 한국 선수단은 당혹감과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밤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는 프리미어12 한국-쿠바의 8강전이 열렸다. 같은 시각 타오위안에서는 일본-푸에르토리코의 경기가 치러졌다. 이 두 경기를 끝으로 4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은 준결승전 일정을 알 수 없었다.
당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8강전 B조 3위(한국)-A조 2위(쿠바)의 승자와 B조 1위(일본)-A조 4위(푸에르토리코)의 승자가 20일 일본 도쿄돔에서 4강전을 치른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틀'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주장에 따라 바뀔 수 있도록 정해졌다. 만약 일본이 4강에 오른다면 경기 날짜를 19일로 당기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19일이었던 미국-멕시코의 4강전은 20일로 밀렸다. 일본은 TV 시청률과 대회 흥행을 위해 이런 제안을 했고, 조직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였다. 참가국 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8강전 경기장 또한 공동 개최국인 대만과 일본의 요구가 있었다. 두 나라는 조별라운드를 치르기 전부터 8강에 올라 간다면 타오위안이나 티엔무 구장에서 8강전을 열겠다고 조직위원회에 요청했다. 8강전은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1경기가 열리고 타오위안 2경기, 티엔무에서 1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대만과 일본 모두 자신들의 편의와 흥행을 위해 특정 구장을 요구한 것이다. 때문에 8강전이 열리는 경기장과 시간은 조별라운드가 모두 끝난 뒤에야 공지됐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조직위원회가 주먹구구식으로 대회 운영을 한 셈이다. 대만은 조별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일본은 결국 타오위안에서 8강전을 치렀다.
8강전부터는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돼 내일이 없는 경기를 펼치게 된다. 단 한 판이면 탈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개최국의 입맛대로 일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국제대회에서 너무나 비상식적인 운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은 일찌감치 계획한 대로 19일에 준결승전을 치르고, 여기서 승리할 경우 하루 쉬고 21일 결승전을 갖게 됐다.
이미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일본과 개막전 한 경기를 치르고 9일 대만으로 이동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개막전을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다는 것까지는 개최국의 이점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8강전 이후까지 계속 이런 요구를 한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도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해 "수시로 바뀐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사진=지난 8일 삿포로돔에서 훈련 중인 일본 선수단.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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