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국야구 대표팀은 프리미어 12에서 세대 교체의 희망을 밝혔다. 특히 영건 투수들의 발굴이 큰 수확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면서 향후 대표팀의 마운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가장 눈부신 반전은 사이드암 심창민(22ㆍ삼성)이 이뤄냈다. 예선 라운드 4경기 동안 유일하게 불펜에서 대기만 하고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던 심창민은 지난 15일 미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 부름을 받았다. 0-2로 뒤진 7회 2사 후 추격 상황에서 2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고 삼진 4개를 곁들이는 무실점 투구를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완전히 뒤엎는 호투였다. 심창민은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키 플레이어로 꼽혔지만 4경기에 나가 단 2이닝만을 던지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9.00에 달했다. 그러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자신감이 붙으면 잘할 것"이라며 "한 번 계기만 만들어 올라서면 된다"고 힘을 실어줬고, 심창민은 자신의 국제 대회 데뷔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심창민에 앞서 프로 2년차 조상우(21ㆍ넥센)와 대졸 신인 조무근(24ㆍkt)도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조상우는 대표팀이 초반부터 위기에 몰리면 어김 없이 선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갔다. 지난 8일 일본과 개막전에서 0-2로 뒤진 3회 2사 1ㆍ3루 위기에서 선발 김광현으로부터 공을 넘겨 받아 아웃카운트 1개를 삼진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미국전 역시 0-2로 끌려가던 5회 1사 2ㆍ3루에서 구원 등판해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만루 위기에서 나머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50㎞의 강속구에 볼 끝도 묵직해 미국 타자들은 손을 못 썼다. 또 대표팀 막내 투수이지만 위기 상황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배짱은 베테랑 못지 않게 두둑했다.
키 198㎝의 최장신 투수 조무근 또한 일본전에서 1⅔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미국전 승부치기 연장 10회 2사 2루 때 우규민 다음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바깥쪽 꽉 찬 시속 148㎞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대표팀 불펜은 그 동안 익숙한 얼굴이 가득했다. 오승환(한신)과 정대현(롯데), 임창용, 안지만(이상 삼성) 등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서서히 무게 중심이 '젊은 피'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점은 한국 야구로 볼 때 고무적이다.
사진=심창민(왼쪽부터)-조상우-조무근.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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