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흑인 인권 운동가들은 발포 경관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며 시위에 돌입했다.
16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15일 오전 0시45분쯤 미니애폴리스시 북쪽 프리머스 거리 근처에서 발생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남녀가 말싸움 중이라던 신고를 받고 경관 2명이 출동했고, 남성 용의자가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한 응급구조요원과 몸싸움을 벌이자 경관이 총을 쐈다고 발표했다.
총에 맞은 용의자는 급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뇌사 상태라고 용의자의 가족은 전했다.
경찰이 발포 과정과 구체적인 사건 정황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용의자의 가족과 미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니애폴리스 지부는 뇌사 상태 환자의 신원을 자마르 클라크(24)라고 밝혔다.
몸싸움이 벌어져 발포했다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여러 목격자는 경관이 수갑을 찬 채로 바닥에 몸을 뉜 클라크에게 처형 방식으로 총을 쐈다고 말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길 건너편에서 사건을 지켜본 니킬리아 샤프는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클라크가 여자 친구와 말싸움을 벌였고, 출동한 응급 요원이 여자 친구를 떼어놓으려고 하자 클라크가 그녀에게 말을 붙이려 했다”며 “그 와중에 경관이 클라크의 손에 수갑을 채웠고 머리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경찰이 이미 수갑을 채우고 땅바닥에 꿇린 남성에게 총을 쐈다”며 “이를 지켜본 수십 명의 목격자가 소리를 질렀다”고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적었다.
여럿이 사건 현장을 지켜본 것에 놀란 경관들은 무전으로 “목격자가 많다”며 지원을 요청하면서 일부 이웃주민을 향해 후추 스프레이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클라크가 당시 수갑을 차지 않았다고만 해명했을 뿐 한창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경관의 신원과 인종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경관은 현재 직무 정지 상태다.
경관 연루 총격 사건이라는 점과 사건의 파급을 고려해 미네소타 주 범죄수사부가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나타낸 흑인들의 소요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베스티 호지스 미니애폴리스 시장과 재니 하토 경찰서장이 주민회의를 개최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인권 단체 회원과 수백 명의 시위대는 15일 오후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경관의 신원과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될 때까지 사건 현장에 텐트를 치고 계속 농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