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처음 듣는 얘기” … 정치권 술렁
유엔 본부도 밤 늦게 원론 차원의 가능성만 인정
일부선 “평양 측과 일정 조율 중”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금주 내로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16일 불거지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방북설과 관련해 “처음 듣는 얘기”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본부도 뒤늦게 내놓은 대변인 성명에서 원론 차원에서만 방북 가능성을 인정, 방북 여부가 최종 확정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날 밤 자정 가까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무총장 대변인 명의의 공지를 띄워 “반 총장은 남북 대화를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돕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항상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반 총장의 방북 계획과 관련, 추가적으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외교부처와 정치권은 유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나온 반 총장의 평양 방문 보도에 하루 종일 술렁였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통일부 역시 “현재까지 방북 신고된 게 없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사전 교감 없이 유엔 채널에서 직접 방북 일정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관계로 터키 현지 모습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직접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이 지난 5월 개성공단 방북이 갑작스레 무산 된 이후 3차례 별도의 채널을 통해 북측에 방북 의사를 직접 타진해왔고, 최근 평양으로부터 긍정적 사인을 받고 방북 일정을 조정하는 단계라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그러나 유엔 본부 대변인은 “반 총장은 그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증진을 위해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할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북한 매체 역시 이날 반 총장의 방북 사실에 대해 일절 보도를 하지 않는 등 조용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북한 방문 계획을 유엔과 동시에 발표하기 위해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반기문 대통령ㆍ친박 총리’의 개헌론이 불거졌던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이 재차 회자됐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 이전에 방북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나 북핵 문제 해법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물꼬를 튼다면 단숨에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반 총장의 방북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고 개성공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방북 전날 북측이 아무런 설명 없이 방북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고 통보해 와 무산된 바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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