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는 국제 테러리즘 성토장이나 다름 없었다. 각국 정상들의 관심은 온통 테러에 쏠려 있었다. 15일 ‘테러리즘과 난민 위기’를 주제로 열린 업무 만찬에서 각국 정상들은 테러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고, 테러 관련 특별 공동성명을 채택해 테러 척결 의지를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테러리즘을 ‘암(癌)’에 빗대 비판했다.
박 대통령 “테러리즘은 국제사회의 암(癌)적 존재”
박 대통령은 업무만찬에서 테러 비판 수위를 한껏 높였다. 박 대통령은 “테러리즘은 새로운 양상으로 계속 진화하면서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기본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또 세계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국제사회의 암적 존재가 됐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슬람국가(IS)로 대표되는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와 인터넷 테러전투원 현상, 인터넷을 통한 극단주의 메시지 확산 등으로부터 누구도 더 이상 안전지대에 있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테러 척결을 위한 과제로 ▦유엔 안보리 결의 등 테러 척결 조치 실행 ▦테러리즘의 자양분인 폭력적 극단주의 이념 확산 방지 ▦시리아ㆍ리비아 등 전환기 국가들의 불안정성 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도 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각국의 법제 강화에 기여하고, 폭력적 극단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 테러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배경인 난민 문제 해결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난민 수용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난민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IS는 악(惡)” 각국 정상들 규탄
테러리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업무 만찬은 당초 계획된 두 시간 보다 40분이 길어지면서 자정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만찬에 참석한 G20 회원국과 초청국 등 25개국 정상들 중 23명이 발언자로 나섰고, 이 중 대부분이 정해진 발언 시간을 초과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정상들이 테러 문제야 말로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상들은 다양한 IS 척결 방안을 내놓았다. IS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 폭력주의에 대응하려면 자금을 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데 대부분의 정상이 의견을 함께 했다. 또 I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포섭하는 만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정상들은 토론 끝에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공감하고 테러 관련 특별성명서를 내기로 합의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 정상들은 별도 회의에서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다른 공인된 국제관계 기초의 준칙에 따라 반테러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 정상들은 “IS나 극단적 테러 집단이 이슬람을 내세우지만, 이슬람 종교와 연관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IS를 비판하면서 ‘악(Evil)’이라고 거칠게 비판하기도 했다.
안탈리아(터키)=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