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이 스포츠신문 기자로 입사한다. 편집국장의 입에 발린 환대는 잠시. 처음 접한 연예부장은 반말로 첫 인사를 건네고 막말로 업무를 지시한다. 수습기간 월급은 꼴랑 90만원. 휴일은 없고 인간적인 대우도 없다.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것 없다”고 짖어대는(신입 기자 휴대폰에 부장 전화의 수신음은 개 짖는 소리다) 부장에게 이제 막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뗀 여성은 소극적인 저항만 할 수밖에.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혼자 중얼거려 볼 뿐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한 사회 초년생의 애환 어린 사회생활 적응기를 웃음으로 묘사하며 취업 빙하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신입 기자 도라희(박보영)의 좌충우돌은 신입 사원의 애환에서 좀 더 나아간다. 그는 하재관(정재영) 부장의 명을 받아 특종 행진을 거듭하다 연예계의 비리와 맞닥뜨린다. 한 기획사 대표가 유명 스타를 잡기 위해 성폭력 사건을 조작하고 회사 상장을 위해 협박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며 의기를 참지 못하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가 속한 신문사도 생존 경쟁에 내몰려 광고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재영과 박보영의 연기 앙상블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갖은 욕설과 막말로 부원들을 다그치다가도 슬쩍 인정을 비치는 하재관의 인간적인 면모를 정재영은 능청스럽게 표현해낸다. 어느 역할을 맡아도 기본을 해내는 박보영의 연기력이 정재영의 재능과 어울려 빛을 낸다.
영화 초반부는 흥미롭다. “입만 열면 사건ㆍ사고”를 일으키는 라희의 갖가지 실수가 종종 웃음을 부른다. 특종에 울고 웃는 기자 생활이 제법 현실감 있게 그려지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5공 때는 총칼이 무서워서 그랬고, 지금은 돈 많은 애들이 무서워서 기사를 못 쓰는”(하재관의 대사) 언론계의 현실도 피하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설득력을 잃은 후반부가 흥행 걸림돌이 될 듯. ‘애자’(2009)와 ‘반창꼬’(2012)를 연출한 정기훈 감독의 신작이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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