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법 개정에 따라 열린 첫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는 고대영 사장 후보자의 ‘청와대 내정설’을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 얼룩졌다. 고 후보자는 “(청와대와 연락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청와대 개입 정황을 폭로했던 강동순 전 KBS 감사가 내정설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추가로 폭로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해 실시한 인사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보도국장 당시 93.4%, 보도본부장 때 노조에서도 84.4%의 불신임을 받은 분이 사장직에 단독으로 도전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2차 면접 후 이사회 투표에서 여당 측 이사 7인의 몰표를 받은 것도 (청와대 개입)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나 KBS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후보자를 ‘불공정의 표본’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보도국 간부 시절의 편파 보도를 문제삼았다.
청와대 내정설에 대해 고 후보자는 “2009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사장 도전인데 늘 혼자 결정했다. 청와대 연락은 들어본 적 없다”고 부인했다. 또한 “(보도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오히려 공정했기 때문에 지금껏 KBS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언론단체가 국민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전 감사는 또 다시 청와대 개입 정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 후보자는) 특정 방송사(SBS) 출신의 친 MB정권 인사들이 치밀한 사전작업을 통해 내놓은 작품”이라며 “그 중심에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MB맨인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강 전 감사에 따르면 SBS 보도국장 등을 지낸 김 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과 여당 측 이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 후보자를 (사장 후보자로) 밀어달라고 했고, 그 배경에 하 전 실장이 있다는 것. 하씨는 SBS 보도본부장ㆍ사장 출신으로 2011~2013년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강 전 감사는 “MB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김인규씨가 2년 전부터 고 후보자를 데리고 다니며 친이계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다녔다”며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 김 수석이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서진의 명백한 월권이며 KBS는 친 MB인사, 특히 김인규 사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이날 청문회 시작 직전 강 전 감사를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밖에 고 후보자는 “5ㆍ16 군사정변이라는 대법원과 헌번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상 극복의 계기가 됐다”고 답변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언론사 수장으로서 개인 의견은 안 밝히는 것이 좋겠다”며 답을 피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중단하고 KBS 국정화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오훈 KBS본부(새노조) 위원장은 “청와대 개입 의혹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설사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임명장을 받는다고 해도 KBS 구성원들과 국민은 결코 고대영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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