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하루 전, 이라크 정부가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에게 “이슬람국가(IS)가 곧 테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장 프랑스 정부에는 “예고된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AP는 15일 “이라크가 지난 12일 서방 국가들에게 긴급 공문을 보내 ‘IS 지도자 아부 아크르 알바그다디의 지시로 수일 안에 테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보당국은 이번 테러에 관련된 IS 조직원은 24명이며, 시리아 락까에서 훈련을 받은 뒤 프랑스로 침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9명은 테러에 직접 관여했고, 5명은 물품 조달 등을 맡았다.
이라크는 긴급 공문에서 “IS와 직결된 정보원에 따르면, 알바그다디가 전체 조직원들에게 ‘국제적인 공격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테러 대상은 서방 연합국 및 이란, 러시아 등이며, 수일 내에 이들 국가를 상대로 폭탄이나 암살, 인질극 등을 벌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테러 일시나 장소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4일 이라크 외무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리 정보 당국은 미국과 이란, 특히 프랑스가 곧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각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긴급 공문 타전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와 관련 16일 “정보당국이 테러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밝혀 사실상 프랑스 정부가 사전 경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터키 당국도 파리 테러범으로 신원이 확인된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가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를 프랑스측에 두번에 걸쳐 했으나 묵살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터키 당국자는 “지난해 8월과 12월 터키 경찰이 모스테파이와 관련한 정보를 프랑스 당국에 통보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 경찰이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을 국경 검문 중 붙잡고도 신분확인만 한 뒤 곧 풀어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럽의 대테러 방어망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프랑스 경찰은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파리 바타클랑 극장 근처 차량이 압데슬람의 이름으로 렌트된 사실을 이미 파악했지만,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경을 통제하면서도 용의자를 눈 앞에서 놓친 셈이다.
이처럼 대테러 방어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것은 IS 교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데다 밀려드는 난민들의 신원 파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IS는 내부 교신을 할 때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내무장관은 “PS4는 다른 앱에 비해 감시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해 정보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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