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박춘풍(55ㆍ중국 국적)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는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뇌 손상에 따른 정신 장애자일까. 1심 재판부는 사이코패스로 보고 그에게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뇌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뇌를 검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만약 박의 뇌가 비정상인 것으로 밝혀지면 사이코패스로 단죄될 때보다 형량은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이 범죄자 뇌 이상을 확인해 양형에 참작하려는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박춘풍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16일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박의 뇌를 촬영했다. 박의 뇌 조사는 여러 형태의 질문과 사진을 제시하면서 뇌혈관을 흐르는 핏속 산소 수준을 탐지해 뇌의 부분별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원 관계자는 “뇌에 병변이 있는지 살펴 양형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인 김상배 국선변호사는 “박이 어릴 적 오른 눈을 다친 것이 뇌 손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의 안구에 맞닿은 뇌의 앞부분인 ‘안와전두엽’이 손상되었다면 충돌제어능력 등에 장애가 생겨 범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커진다. 박의 뇌 검사결과는 내달 공개된다. 재판장인 김상준 부장판사는 법심리학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박의 뇌 상태는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1심은 검찰 조사결과를 인용해 “박춘풍이 충동조절을 하지 못하고 통제력을 잃거나 내면의 적대감과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진단기준에 상당부분 충족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박춘풍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 사이코패스로 단죄했다. 김 변호사는 “박춘풍이 당초 심리검사(PCL-R)에서 사이코패스 인정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며 “법무부의 사이코패스 인정 기준은 25점인데, 박은 20점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춘풍은 지난해 11월 경기 수원시에서 동거녀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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