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이 죄다 떨어진 감나무 가지에 거미의 우주가 펼쳐졌다. 바람이 넘나드는 공간에 촘촘히 설계된 그물은 삶의 터전이다. 뜨거운 태양에 등 짝을 내주고 태풍이 불어도 요란 떨지 않기에 투명 줄에 걸려드는 모든 것은 공짜가 아니다. 하늘을 전세 낸 공간만큼 씨줄과 날줄로 엮어 인내의 시간으로 기다린다. 땀 흘린 자만이 먹고 모든 일에 감사 하라는 신(神)의 말씀을 오늘도 거미는 한치의 오차 없이 실천하고 있다. 하늘과 단풍, 그리고 바람. 촘촘한 거미줄 뒤로 우주가 걸렸다.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