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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범 옆 시리아 여권, IS의 의도된 연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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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범 옆 시리아 여권, IS의 의도된 연출인가

입력
2015.11.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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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세르비아 매거진 '블릭'이 파리 테러범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정보국 관리는 이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15일 세르비아 매거진 '블릭'이 파리 테러범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정보국 관리는 이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테러 현장의 테러범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여권은 최근 반란군에 점령당한 시리아 북동부 이들리브 출신 25세 남성 아흐마드 알 무하마드가 지난달 3일 그리스 레로스 섬에서 입국하는 과정에서 사용됐다.

용의자의 신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발견된 시리아 여권으로, 유럽에 밀려오는 시리아 난민 중에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는데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난민 개방 정책에 반대하는 각국 정당들은 이를 근거로 난민 통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정보국 관계자는 14일 미 CBS에 이 여권의 일련번호와 사진, 이름 등이 일치하지 않아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15일 파리 테러범들과 난민 위기 사이의 인과관계를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IS는 최소 12차례에 걸쳐 유럽으로 떠나는 난민들을 비판해왔다. 지하디스트 분석가인 아론 제린은 “IS는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도망친 사람들을 경멸한다”며 “IS 입장에서는 이들이 세운 ‘칼리프’국가가 시리아인의 안식처인데, 난민들의 탈주는 IS의 메시지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유럽행 시리아 난민에는 IS 지지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 여권의 진짜 주인이 테러범인지도 불확실하다. 수사에서 여권을 테러범이 직접 소지했는지, 사망한 희생자 중 하나의 것인지, 여권 소지자가 여권의 진짜 주인과 동일인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여권이 도난당한 것일 가능성도 높다. 유럽의 난민 개방 정책 이후 시리아 여권은 망명 요청을 쉽게 해줘 인기 있는 거래 물품이다. 실제로 유럽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들이 여권때문에 습격 당하는 일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여권들은 약 5,000유로(약628만원)에 암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며, 유럽연합(EU) 국경 기관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여권 위조도 아주 쉽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지난 14일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이름으로 시리아 여권을 만들어 트위터에 게시하며 “누구나 쉽게 시리아 여권을 만들 수 있다”고 썼다.

시리아 여권이 자살 폭탄 테러범 옆에서 발견된 정황도 의구심이 생긴다. 살아서 돌아갈 의사가 없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굳이 여권을 소지한 채 범행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분석가 찰리 윈터는 “왜 명백히 모든 현대 시민권의 개념을 거부한 지하디스트들이 여권을 자살 임무에 가져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의문점 때문에 시리아 여권이 테러범 옆에서 발견된 것은 유럽의 난민 개방 정책을 막기 위한 IS의 의도된 연출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파리 테러로 난민 개방 정책 중단 목소리는 힘을 얻게 될 것이고, 기독교와 무슬림은 결국 서로 적대 의식이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으로 피난하려는 시리아인들에게 IS의 칼리프가 시리아인을 보호할 최고의 희망이니 시리아에 머물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9월 터키 해변에 밀려온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의 주검이 불러온 충격으로 적극 행동에 나선 유럽의 난민포용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IS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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