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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해 던지겠다" 두 번 고개 떨군 우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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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해 던지겠다" 두 번 고개 떨군 우규민

입력
2015.11.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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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저는 아직도 배가 고파요."

툭 던진 농담 속에 우규민(30·LG)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대표팀에 힘이 돼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 빛나는 플레이로 팀을 구한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오심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부상에도 투혼을 보여준 그를 두 번 울린 장면이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 우규민은 지난 5일 대회를 앞두고 열린 쿠바와의 서울 슈퍼시리즈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가 오른손에 타구를 맞고 강판했다.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아 대회 엔트리는 유지됐지만 손등이 부어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당초 3선발로 예상된 그의 부상에 대표팀의 마운드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건 물론 우규민도 속상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태극 마크를 달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는 "나도 경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던지고 싶다"며 한숨을 삼키고는 했다.

계속 부상 부위를 체크하던 그는 지난 12일 베네수엘라와의 조별 예선 3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등판 후에도 손이 다시 부어 오르는 등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 승부치기에 돌입하자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우규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라는 판단이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우규민은 연장 10회 초 무사 1·2루에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첫 타자 애덤 프레이저의 번트 타구를 원 바운드로 잡아 곧바로 3루수 황재균에게 던졌다. 2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킨 황재균은 2루수 정근우에게 송구해 투수-3루수-2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유도하며 순식간에 투 아웃을 잡아냈다. 무사 1·2루는 곧바로 2사 1루로 바뀌었다.

우규민의 영리한 플레이에 순식간에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결정적 오심이 찬물을 끼얹었다. 2사 1루에서 1루주자 프레이저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받은 2루수 정근우는 프레이저의 발을 먼저 태그했다. 하지만 왕청헝(대만)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TV 리플레이상으로도 프레이저의 발은 정근우의 글러브에 막혀 베이스에 닿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정근우는 2루심에게 어필을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이 오심은 패배의 빌미가 됐다. 2사 2루에 놓인 우규민은 브렛 아이브너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결승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나라를 위해 던지고 싶다던 우규민은 잘 던지고도 정작 예상치 못한 '적'에 막혀 울어야 했다.

사진=우규민.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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