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비용과 효율을 따진 합리적 행동
조종하는 지도부의 생각 읽어야 막을 수 있어
지난주 말 프랑스 파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테러범들은 액체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가 체포 순간 자폭해 피해를 키웠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한 러시아 항공기 사고가 점차 항공기 화물칸에 숨겨 놓은 폭탄 테러 공격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초 기체 노후에 따른 사고라는 추정이 많았지만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각국 정보당국의 잠정적인 결론은 폭탄 테러로 모아지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말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 조직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매장에서 폭발물 테러 공격을 할 것이란 정보가 당국에 입수되어 긴장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폭탄테러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하나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어째서 이토록 다른 방법이 아닌 폭탄 테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폭탄테러, 치밀한 계산 아래 시행
폭탄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공격방법 가운에 가장 빈번하게 선택되는 옵션이다. 이는 미국의 주요한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인 세계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Global Terrorism DatabaseㆍGTD)의 통계를 보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폭탄테러는 지난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테러유형이었으며, 특히 2007년 이후로 작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폭탄테러는 무작위로 선택되는 방법이 아니며 테러리스트나 테러조직의 신중한 ‘비용-효과 분석’에 의해 도달한 합리적 계산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사실은 폭탄테러와 관련된 여러 경험적 연구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로라 더건 등의 ‘항공기 폭탄테러 분석’, 리사 M. 맥카튼의 ‘체첸지역 폭탄테러 인과성 분석’, 제임스 A. 피아자의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 분석’ 등의 연구에서 폭탄테러의 합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실시한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사건의 10년 치 통계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폭탄테러가 비이성적, 정신 병리적 행위라는 통념은 대부분 자살폭탄테러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테러를 계획하고 시도하는 집단의 눈으로 보면 폭탄테러를 실행하는 테러리스트 개인은 무기로 비유하면 레이저 유도 정밀타격 미사일의 회로부분에 해당한다. 때문에 자살폭탄테러의 합리성 여부는 공격을 실행하는 테러리스트 개인이 아니라 이들을 컨트롤하고 전체 테러공격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지도부를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자살폭탄테러는 합리적 비용-효과 분석의 결과물이며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엘리자베스 유벌과 애냇 버코가 공동으로 행한 심층면접 연구는 자살테러 컨트롤러와 실제 자살테러 실행자 사이의 합리성 여부의 차이를 보여준다. 폭탄테러 공격이 합리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은 폭탄테러사건이 어떤 인과성의 패턴을 가지며 때문에 예측 가능하고 사건 발생 이후에 폭탄테러범의 정체와 동기를 역추적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내포한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테러리스트가 이전에 축적된 합리적 선택들의 결과물인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적 계산 과정에서 이 계산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내적, 외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의 경우 테러리스트들 마다 본인들이 선호하고 익숙한 폭탄제조방법이나 테러실행 방법 등이 정해져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스크립트의 작용’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폭탄자체의 구성과 종류, 그리고 그 폭탄이 매설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관련된 전체 작전과정을 짚어보면 테러 공격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게 해준다.
후자의 경우는 폭탄테러에 있어서 공격대상의 선정과 실행과정에서의 어떤 경향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폭탄테러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테러리스트들이 비용-효과 분석이라는 합리적 계산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특정 대상이 폭탄테러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테러리스트가 치르게 될 비용에 반비례하며, 얻게 될 효과 또는 효용에 비례한다. 그리고 이 두 값이 상호작용한 결과에 테러공격을 위한 기회조건이 우호적이면 그 크기만큼 가능성이 증가하고, 적대적이면 그 기회조건의 값의 크기만큼 감소하게 된다.
여기서 테러리스트가 치르는 비용은 공격실행을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나 비용, 공격을 실패할 확률의 크기, 테러리스트가 처벌당하거나 사살당할 개연성, 테러공격 이후 여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 등이다. 테러리스트가 얻게 되는 효과는 공격성공으로 기대 되는 정치적 지지나 권력, 상대방에 대한 혼란과 공포의 조장, 전략적 전술적 목적의 달성, 그리고 미래의 테러공격이나 공격위협의 신뢰성과 효용성 등이다. 기회조건은 테러공격을 쉽게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우호적 상황전개이거나 공격의 성공적 실행을 어렵게 하는 억제적 상황전개에 해당한다. R.V.G. 클라크와 그램 R. 뉴먼은 이런 점에 착안해 상황범죄 이론을 기반으로 테러리스트가 폭탄테러 공격대상 선정과정에서 고려요소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탄테러의 공격대상 선정과 공격실행은 이 요소들의 복합적 고려에 의해 결정된다. 폭탄테러 공격은 이처럼 여러 사정이 고려된 합리적 최적선택의 결과물이다.
지속적인 테러행위자의 테러 공표 무시 못해
폭탄테러와 테러리스트의 합리성에 얽힌 다이나믹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 항공기 폭파가 자신들의 행위라고 주장한 IS의 발표는 참이다. 왜냐하면 일회성 테러리스트는 허위나 과장성 발표나 위협으로 잃을 것이 없다. 이들은 미래의 테러행위 시 자신들의 평판이나 주장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IS처럼 지속적인 테러행위자는 미래의 폭탄테러 공격 또는 공격위협의 신뢰성과 효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의 테러공격에 대한 주장의 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서울 코엑스 매장에 대한 폭탄테러 위협은 납득할만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지하의 대형 쇼핑몰은 지상 공간의 다른 장소에 비해 같은 폭탄으로 더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의 경우 연기, 화재 등으로 대중의 공포를 훨씬 크게 유발할 수 있고 건물 붕괴 등으로 이어지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일요일 오후와 같은 휴일 오후 시간대 쇼핑공간의 경우 많은 사람으로 붐벼 테러범이 노릴만한 시간이 된다. 반대로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은 평일 출퇴근 시간이 더 적절한 폭탄테러공격의 장소와 시간대일 것이다.
폭탄테러는 이처럼 합리적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다. 대테러 대응 정책은 이러한 기반 위에 테러리스트의 생각을 따라잡는 차원에서 이들의 합리적 계산과정을 차단하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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