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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워커힐면세점 잃은 SK그룹 최태원 회장, 리더십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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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워커힐면세점 잃은 SK그룹 최태원 회장, 리더십 타격

입력
2015.11.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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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8.15 광복절 특사로 출소 후 국내외 경영현장을 누벼온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의욕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 면세점 특허권 전쟁에서 SK그룹이 완패했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진행된 관세청의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서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해 온 SK네트웍스는 기존 사업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동대문에 추가로 설치하려던 계획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워커힐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747억원으로 다른 면세점에 비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SK네트웍스가 워커힐면세점을 23년 간이나 운영해 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심사에서 무난히 재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점에서 SK그룹에겐 더욱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면세점 전쟁은 대기업 총수들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기에 최태원 회장에게 그룹 안팎에서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면세점 재허가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새로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두산 박용만 회장은 활짝 웃고 잠실면제점 사업권을 빼앗긴 롯데 신동빈 회장과 워커힐면세점을 잃은 SK 최태원 회장은 고개를 숙이게 됐다.

이번 심사를 앞두고 롯데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신동주-동빈 형제 간의 골육상쟁 탓에 어느 정도 좋지않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던 것이 사실.

롯데 신동빈 회장도 15일 잠실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것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99% 내 책임"이라며 형과의 싸움 탓에 면세점의 반쪽을 잃었음을 간접 고백했다.

이와는 다르게 SK그룹의 참패는 별다른 악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이번 면세점 전쟁을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두산 박용만 회장의 경우 이번 면세점 심사를 앞두고 동대문미래창조대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고 언론과도 수시로 접촉해 면세점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쟁 초기부터 면세점 사업에 애착을 보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일 강원 속초시에서 열린 대졸 신입사원 1년차 연수캠프에서 "놀라운 콘첸츠로 가득한 세상에 없던 신세계만의 면세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해외 기업인들이 신세계 면세점을 방문했을 때 사업적 영감을 얻을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친필로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가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같은 경쟁기업 총수들의 노력에 비해 최태원 회장의 면세점 의지는 상대적으로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SK네트웍스 차원에서 지역 상생을 위해 2400억원대 투자계획은 밝히기는 했지만 최 회장이 면세점 사업에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광복절 특사후 각종 그룹의 현안마다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해온 최 회장이었지만 면세점 재심사에는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출소후 직접 반도체사업에 47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최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그룹 전반에 훈풍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번에 면세점 사업에서 참패를 당함으로써 최회장의 리더십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 여름 북한의 지뢰도발 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우선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출소 후 한국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외부 활동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내부 살림은 잘 챙기지 못해 '외화내빈'의 결과가 빚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이 이번 참패를 어떻게 극복하고 그룹을 추스를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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