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게임 IP 경쟁력 강화 위해
애니메이션, 웹툰 이어 뮤지컬 진출
국내 최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뮤지컬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게임의 활용 무대를 애니메이션, 웹툰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확대해 ‘아이언맨’‘토르’‘캡틴 아메리카’등 다양한 IP로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미국 마블코믹스처럼 엔씨소프트를 ‘한국판 마블’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첫 번째 실험작을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대표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배경과 이야기, 캐릭터를 그대로 옮긴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을 영화의 전당 무대에 올렸다.
6개월의 제작 과정을 거친 묵화마녀 진서연은 인기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총감독을 맡고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리사가 주인공을 연기했다. 케이블채널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한 힙합 가수 트루디, 헤이즈의 랩 공연을 비롯해 사물놀이, 탭댄스 등을 결합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뿐인 스승을 잃은 뒤 그의 복수를 하는 진서연의 일대기를 다룬 블레이드&소울은 서사 구조가 탄탄해 지난해 애니메이션과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뮤지컬은 한정된 공간에서 캐릭터와 음악, 그래픽을 압축해 전달하기에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연을 보기 위해 직접 부산을 찾아 서병수 부산시장,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 등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했다. 그는 뮤지컬이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감동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며 “앞으로도 뮤지컬 제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지스타를 위한 일회성 행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뮤지컬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힌 것이다. 따라서 엔씨소프트는 묵화마녀 진서연의 추가 공연을 검토하고 다른 게임도 뮤지컬로 제작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엔씨소프트를 IP가 강한 회사로 키우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는 평소 “만화나 소설의 IP 활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0세가 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여전히 일본 닌텐도를 지탱하는 것처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장수 IP’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의 의지는 지스타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엔씨소프트는 이번에 온라인게임 마스터엑스마스터(MXM) IP를 활용한 피규어, 웹툰,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전시에 전체 부스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MXM은 아예 IP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으로 ‘리니지’‘아이온’ 등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의 인기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처럼 각각의 개성 강한 캐릭터를 집대성한 셈이다.
지난 5일 만화 제작사 재담미디어에 15억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3년 설립된 재담미디어는 만화가 15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에도 웹툰 유통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에 50억원을 투자하고 블레이드&소울을 만화로 만든 웹툰 ‘주술사의 탄생’을 공동 연재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앞으로 인기 게임 IP를 활용한 웹툰을 재담미디어 소속 작가와 기획ㆍ제작하고 레진코믹스에서 유통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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