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SC 트위터에 올라온 티엔무 구장 화재 진압 장면.
[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첩첩산중이다. 프리미어12 대회가 조직위원회의 주먹구구식 대회 진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프리미어12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다. 포부가 큰 시작이었다. 지난 5월 카르도 프라카리 세계 소프트볼연맹(WSBC) 회장은 프리미어12 개최 소식을 알리며 "대회 기간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위한 관찰 기간이다. 이 대회는 올림피 재진입을 위한 오디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WBC(월드베이브볼클래식)의 '대항마'로도 불렸다. 하지만 '원대한 꿈'에 비해 현실은 초라하다. 현장 진행부터 원활하게 되지 않아 대회의 의미 자체에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지난 15일은 A조와 B조의 예선 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8강전에 대해서는 조별 크로스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만 공지가 됐다. A조 1위와 B조 4위가 맞붙을 경기장이 어디이고, 시간은 몇 시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궁금증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끝난 후 약 30분이 지나서야 풀렸다. 조직위원회는 한국 대표팀과 미국의 경기가 끝나 이날 예정된 조별 예선 라운드가 모두 마무리된 후인 밤 10시40분 경 8강전이 열리는 구장과 시간을 알렸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니었다. 이날 티엔무 구장에서는 한국-미국전의 승리팀인 미국 대표팀의 감독과 수훈 선수가 인터뷰를 하던 중 비상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비상벨 소리에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인터뷰는 계속 진행이 됐다. 왜 비상벨이 울리는 지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나 특별한 조치도 없었다. 한 동안 계속되는 비상벨 소리에 인터뷰실 내의 현장 진행요원들도 당황한 듯 웃음만 지었을 뿐이다. 나중에야 비상벨이 울렸던 것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구장 내에 진짜 불이 났기 때문이란 사실이 전해졌다. KBO 관계자는 "4층 전광판 컨트롤 관제실에서 화재가 났다"고 전했다. 이날 티엔무 구장에는 5~6대의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다.
결국 이 화재로 인해 구장 내 시설이 파손되면서 16일 티엔무 구장에서 오후 6시30분에 예정된 한국과 쿠바의 8강전이 열릴 수 없게 됐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타이중으로 이동해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8강전을 치르게 된다. 당초 20~30분 거리에 있는 티엔무 구장이 아닌 2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하는 핸디캡을 안게 된 셈이다.
이미 대회 초반부터 조직위원회의 어설픈 대회 운영으로 선수단 곳곳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각 라운드마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B조 예선 라운드에서 이번 대회의 공동 개최국인 일본만 유일하게 낮 경기가 배정되지 않는 등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또다른 대표적인 예는 지난 11일 한국과 도미니카의 경기다. 당초 이날 경기는 오후 6시에 타오위안 구장에서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려 낮 12시에 열린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두 시간 가량 지연이 됐고, 이 경기가 끝난 뒤 열릴 예정이던 한국과 도미니카의 경기도 미뤄졌다. 문제는 조직위원회가 연기된 경기 시간을 오후 6시30분에서 6시 50분으로, 다시 오후 6시 55분으로 세 차례 변경하면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데도 고전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예민한 선발 투수들은 몸을 다 풀고도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 애를 먹어야 했다.
심지어 이날 앞선 경기가 끝나기 전 타오위안 구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짐을 풀 곳도 없어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야 했다. 한국 대표팀의 한 선수는 "아마추어 경기 같다. 지원도 안 좋고, 경기 시간도 몇 차례나 연기를 하더라. 복도에서 몸을 풀고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각 팀의 프로 선수들이 각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치는 대회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안일한 경기 운영에 아쉬움만 터져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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