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개혁파이자 비박계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친박’을 자처하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유 전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 전 구청장이 출마선언에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여권에선 청와대발(發) 공천 물갈이의 표적지로 꼽히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본격적인 공천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구청장은 15일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일꾼이 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전 구청장은 앞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내려 했던 발언을 상기시키려는 듯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야당의 입장을 우선시하고, 국정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자기정치’에 몰두했다”며 “박 대통령께서 강조해 온 국민을 위한 정치, 신뢰의 정치, 진실한 정치가 정말 사심 없이 이뤄졌다면 대구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유 전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재임시절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킨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아문법)을 거론했다. 이 전 구청장은 “(유승민) 본인의 독단적 결정으로 아문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에 따라 광주에 ‘아시아 문화전당’이 설립돼 2026년까지 5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들어가게 됐다”며 “대통령께서 국민을 위해 그렇게 호소하신 경제활성화 법안 하나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구청장의 출마선언문에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5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아문법이 저 개인의 독단적 결정으로 제정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아문법은 2006년 8월 29일 당시 여야 의원 202명의 찬성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그 이후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 걸쳐 이미 9,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향후 투입될 국비 1조 8,400억원도 2006년 제정 당시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어 “2006년 법 제정 당시 박근혜ㆍ김무성 의원 등도 찬성했고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공약에도 아시아문화전당은 ‘국립’으로 표기됐다”고 덧붙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 재임시절이던 2015년 3월 3일에 통과된 아문법 개정안에는 이미 시행 중이던 법률 중에서 정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위탁운영을 맡는 법인에 5년간 한시적으로 경비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활성화법은 모두 30개로, 이 중 원내대표에 취임한 당시 미처리 상태였던 12개 중 5개 법안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이 별세해 아직 상중인 유 전 원내대표는 “상중이라 일체의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아픈 마음으로 쓴다”며 “이 전 구청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출마선언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해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는지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여권의 대표적 개혁보수인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이 전 구청장의 도전장을 향후 시작될 공천혈투의 서막으로 본다. 여권 관계자는 “박심이 통하는 TK를 중심으로 진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자처 인사들이 현역 비박계 의원에 도전하는 공천 전투가 빈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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