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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하공간 개발

입력
2015.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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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상승과 개발 비용 증가로 지상의 개발 가능 면적이 줄어들자 지하공간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신축 빌딩은 지하 5~6층이 기본이고 지하 8층짜리도 그리 드물지 않다. 대개 주차장이나 설비시설 용도로 사용되지만 처음부터 상업시설 유치를 목적으로 설계ㆍ건축된 곳도 많다. 코엑스몰, IFC몰, 동대문패션타운 일대 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지하철과 연결되고 백화점 쇼핑몰 음식점 오락ㆍ편의시설 등 유동인구 흡수 요소를 골고루 갖췄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긍ㆍ부정이 엇갈린다.

▦ 지하공간 개발 옹호론자들은 도시화의 평면적 확산과 토지 공급의 한계, 녹지 면적 축소 등의 문제를 풀려면 지하공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밝은 조명, 24시간 깨끗한 공기를 유입하는 환기기술의 발달로 소음과 공해에 찌든 지상보다 지하공간이 더 쾌적하다고까지 말한다. 지하공간의 상업화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공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수소자동차, 자기부상 열차가 보급되고 지열 활용 기술이 개발되면 지상ㆍ지하 공간의 유기적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개발로 탄생한 지하공간이 시설 노후화로 수명이 다해 철거나 재개발을 해야 할 경우 인접 건물ㆍ도로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화재 발생시 동반되는 정전으로 지하공간이 암흑 천지가 되고 유독가스도 비상 대피로를 따라 유출되기 때문에 대형 인명 참사에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제기한다. 자연 채광이 없고 지상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제한돼 있는 등 지하공간의 폐쇄성이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양론이 비등한 가운데서도 지하공간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축 대형 빌딩은 물론이고 대학도 앞다퉈 지하공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에 이어 연세대가 최근 지하캠퍼스를 완공했다. 5개 대학 전체 지하캠퍼스는 축구장 33개 크기(23만7,663㎡)나 된다. 대학 측이 교수와 학생들을 위한 연구ㆍ복지시설보다 상업시설을 주로 유치해 돈벌이에 급급해 한다는 비난이 따른다. 건폐율 용적률 등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지하공간 개발에 건축ㆍ안전ㆍ보건 등 여러 분야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절실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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