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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 성지 경주 통일전, 행락객 술판으로 오염

입력
2015.11.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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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 성지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경주 남산 동쪽 기슭의 통일전.
호국의 성지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경주 남산 동쪽 기슭의 통일전.

우리나라 대표적 호국의 성지인 경주 남산 통일전이 행락철마다 일부 몰지각한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단속기관은 팔짱을 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통일전은 경주 남산 동쪽에 있으며, 남북통일의 의지와 염원을 보여주기 위해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건립했다. 통일전에는 삼국통일에 큰 공을 세운 신라 태종 무열왕과 김유신장군,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문무왕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지난 7일 오후 통일전 주차장.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린 날이었지만 관광버스가 주차장 절반 가량을 채우고 있었다. 비를 피해 출발을 서두르는 팀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버스 옆에 대형천막을 치고 술판이 벌어졌다. 일부 버스 옆에는 출장바비큐까지 출동,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난 14, 15일에도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 됐다.

유서 깊은 통일전이지만 봄철 벚꽃 시즌이나 가을 단풍철이면 어김없이 거대한 술판으로 전락한다. 행락객들이 버스 옆에서 자리를 깔고 찌개를 끓이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출장바비큐가 등장하는 것도 특별한 일도 아닐 정도다.

이모(50)씨는 “지난 주말 남산 칠불암에 갔다 통일전으로 하산했는데 비가 내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한 단체관광객들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며 “꽃놀이, 단풍놀이에 먹거리가 빠져선 안되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꼬집었다.

통일전 주차장은 대형버스와 승용차 등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동문회 계모임 등 경주를 찾는 단체관광객들의 대표적 뒤풀이 장소가 됐다. 음주가무와 소란행위가 금지된, 경건함과 엄숙함이 요구되는 지역이지만 ‘해방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단속을 해야 할 경주시는 “단체와 친목모임에서 화합을 위해 산행 후 주차장에서 하산 뒤풀이를 하도록 허가하는 것도 공익적인 일”이라며 되레 부추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통일전은 광복절을 앞두고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민선 경북지사로는 처음으로 참배했고, 지난달에는 1986년부터 경주시 차원에서 해 오던 통일서원제를 국가행사로 승격, 통일전에서 봉행하기도 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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