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넷 美 RAND 선임연구원..."北 유사시 中 진입 韓美 못 막아"

“통일 이후에도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북한에 투자한 자산(광산 채굴권 등)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이라고 했지만 중국이 (통일 후 경제적 이득을) 손상시킬 수 있다.”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연구자 중 한 명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은 북한 유사시 북한에 실제 진입할 이유가 많고 한미 양국은 이를 저지할 물리력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하와이대 동서센터 주관 한미 언론인 교류프로그램 일환으로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RAND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베넷 박사는 북한 정세와 통일 전후 한반도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베넷 박사는 특히 “중국이 북한에 진입하면 어떻게 해야 그 군대가 다시 나가고 남북 간 통일을 이룰 수 있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군은 북한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한국 군대가 들어와 안정화 작업을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어도 미군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 이후 25년 이상 북한 및 한반도 안보 연구를 해온 베넷 박사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도 거론했다. 베넷 박사는 “김정일 통치 시기 2인자나 3인자는 굉장히 좋았지만 오늘날 북한에서 김정은의 2인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다”며 “조만간 북한 군부에선 ‘김정은을 손보지 않으면 내가 나중에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증될 것”이라고 김정은 암살 시도 가능성을 거론했다. 베넷 박사는 내년 5월 예정된 북한 노동당 7차 당대회와 관련 “북한은 다시 한 번 핵보유국 선언을 하면서 과거보다 규모가 큰 30킬로톤 규모의 4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베넷 박사는 정부의 통일정책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선 “평화통일은 북한 엘리트들이 통일 이후에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납득시키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독 정부가 통일 전 수십년 동안 동독 고위 인사들에게 통일 후 전면적 사면과 후한 퇴직연금을 약속했던 사례를 들며 “(동독 관리들은) 통일이 되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니 총살 당하지 않을 만큼 일을 하고 통일을 저해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도 이 시점에 북한 (관리들을) 상대로 통일 후 사면 의사가 있다는 걸 밝히는 게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로스앤젤레스=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