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의 후유증으로 유럽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교역 비중이 높지 않아 직접적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유럽 경제 위축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EU 수출 비중 높은 중국 경기에 따라 한국 경제도 타격
파리 테러는 유로지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 경제권의 중심 축이다. 인명피해 규모가 큰 데다가 공격 양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단적이어서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공포심리는 통상 경제활동 위축으로 나타난다"며 "유럽에선 최근 내수가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번 테러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서비스업이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9•11 테러 때도 단기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 전반적인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EU(유럽연합) 지역 수출은 총수출의 9%에 불과해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EU 수출 비중은 20%에 달한다. EU 경제 위축으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경기도 둔화될 수 있다. 수출 상황은 계약 기간을 감안하면 3∼6개월의 기간을 두고 영향이 나타난다. 결국 파리 테러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1∼2분기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 이 실장은 "이번 테러로 중국이 영향을 받으면 우리 경제도 간접적인 타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에 따른 공포심리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경제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세계 경기의 근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파리 테러가 IS를 상대로 한 확전이나 공습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국내총생산(GDP)에선 군사비 등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 국내 증시, 단기적 위축…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듯
증권가에서는 파리 테러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지역에서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소비심리나 내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연말까지 가뜩이나 기로에 선 증시에 이번 테러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다음달 있을 것이란 관측 속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주에만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빼냈다. 불확실성 및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대로 이 같은 이탈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파리 테러가 단기적인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제나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고려해볼 때 테러로 인해 시장이 크게 출렁인 사례는 미국 9ㆍ11 테러뿐이었다"며 "이번에도 시장은 그리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프랑스 등이 이번 테러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이번 테러가 기업 펀더멘털과 크게 관련 있는 사건은 아닌 만큼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일단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일 시장이 열리고 나서 반응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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