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명 레스토랑과 바가 가득한 11구. 이 지역에서도 레스토랑 ‘라 벨 에퀴프’는 최근 핫 플레이스로 유명한 곳이다. ‘고전적인 레스토랑과 트렌디한 밤의 핫스팟 사이’라는 평을 받던 이곳은 돌출된 벽돌과 앤틱 거울, 영화 포스터로 장식됐고 커다란 야외 테라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36분. 이 레스토랑 앞에 검정색 시트로앵 한 대가 멈춰 섰을 때에도 이곳은 야외 테라스까지 파리의 가을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이후 3분간 이어진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가게는 쑥대밭이 됐다. 경찰은 이곳에서만 총격으로 19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심각하게 다쳤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오후 9시 25분쯤, 파리 10구의 프키 캉보주 레스토랑에서는 브라질인인 스테파노가 야외 테라스에서 7명의 친구들과 식사를 하다 총격을 받았다. 그의 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남편은 사람들이 당황해 소리지르는 모습을 봤고, 문 옆에 있다가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며 “그때 남편은 모두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 테러 현장 중 89명이 사망해 ‘대학살’로 불린 최악의 테러는 오후 9시 40분 검은 폭스바겐 폴로 차량이 11구 바타클랑 극장 앞에 서며 시작됐다. 자폭 조끼를 입은 괴한들은 공연이 진행 중이던 극장 안으로 들어서 허공에 총을 쏴 주의를 집중시키고는, 15분간 입구에 서 1,500여명 관객에게 총격을 가했다. 당시 극장에 있다 총을 맞은 친구들을 병원에서 만난 마리 셸던은 페이스북에 “용의자들이 1층 발코니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관객들을 가두고 그들에게 각각 총을 쐈다”며 친구인 헬렌 제인 윌슨의 증언을 썼다.
이날 벨 에퀴프 뿐만 아니라 식당과 카페, 바와 콘서트장 등 파리 시내 곳곳에서 저녁을 즐기던 사람들은 돌연 나타난 괴한의 총격과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13일 밤 발생한 무차별 공격으로 누구든지 한 순간에 테러로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소프트타깃’테러 공포가 커지고 있다. 침투나 공격이 어려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하드 타깃 테러와 달리 소프트타깃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어 테러단체들이 점점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 지난 12일 레바논 베이루트 번화가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 테러, 이번 파리 테러까지 모두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 러시아 등 많은 서방국가들이 IS 격퇴전에 직접 참여함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