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으로 직불금으로만 1조4,000억원 예산 투입 불가피
국회는 이 와중에 직불금 예산 삭감하겠다고 나서
대풍(大豊)으로 쌀 가격이 급락하면서 보조금 형식으로 농가에 지급되는 쌀 직불금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초에 지급해야 하는 직불금 추산 규모만 1조4,000억원 이상으로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2,000억원 가량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그나마도 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이 2.0% 증가하며 6년 만에 최대 풍작을 기록하면서 쌀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산지 쌀값은 15만1,644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 10월 평균 가격인 15만8,136만원에 비해 4.1%나 하락했다. 작년 11월(16만6,043만원)과 비교해봐도 8.6%나 떨어졌다.
문제는 쌀값 하락이 직불금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직불금은 토지 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고정직불금(1㏊당 100만원)과 쌀값이 정부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할 때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주는 변동직불금이 있다. 변동직불금은 목표 가격에서 수확기 평균 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예컨대 쌀 80㎏당 목표 가격이 10만원이고 평균 산지가격이 7만원, 고정직불금이 1만원이라면 1만5,500원의 직불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올해 산지 쌀값을 80㎏당 15만8,600원으로 전망하고, 내년에 변동직불금으로 4,19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가격 하락 추세라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예상보다 2,0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정직불금(8,200억원)을 더한다면 1조4,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내년 초 직불금으로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그나마도 부족한 정부 제출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소위에서 변동직불금 예산을 2,193억원으로 2,000억원 삭감했다. 정부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지만, 예산 삭감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예산에서 부족한 금액은 예비비로 편성해 충당할 수 있지만, 편성 절차 등으로 보통 2월인 지급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어 농가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예산을 줄이려는 국회를 설득하는 것을 포함해 추가 가격 하락 방지 등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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