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주변국이 파리 테러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용의자들의 신원과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자로 분류된 프랑스 국적 남성들을 비롯, 벨기에 거주자와 시리아 국적자 등이 포함돼 있다.
파리 검찰청의 프랑수아 몰랭 검사는 14일 “범인들은 총 3개 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들 범인 7명은 모두 숨졌고, 발견 당시 자동소총 등으로 중무장을 한 채 자살폭탄이 설치된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벨기에에서 이날 붙잡힌 남성 세 명도 이번 테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범인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자금을 모금했는지 더 조사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신원이 가장 뚜렷하게 밝혀진 범인은 알제리계 프랑스 국적 무슬림인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29)다. 몰랭 검사는 “7명 중 한 명은 29세 프랑스 국적 남성”이라며 “전과는 있지만 한 번도 징역형을 받은 적은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이 남성은 파리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외곽 쿠쿠론에 거주했으며, 신원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발견된 손가락 지문을 통해 확인됐다. 모스테파이는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자로 분류된 적이 있으나 대테러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현재 그의 아버지와 형을 구금하고 모스테파이가 사건 전후 의심할만한 행동을 했는지 조사 중이다.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출두한 모스테파이의 형은 구금 직전 AFP와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 밤 파리에 왔고 그 때서야 일이 벌어진 것을 알았다”며 “동생과 수년간 연락한 적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모스테파이의 가택을 수사 중이며, 그가 지난해 시리아에 다녀온 적 있다는 증언을 듣고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이날 파리 테러와 연관된 남성 3명을 구금했다고 밝힌 데 이어 15일에는 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 테러 현장 주변에는 검정색 세아트 차량 한 대와 벨기에 번호판을 단 검정색 폭스파겐 폴로 차량 한대가 각각 목격돼 양국이 수사력을 집중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15일 성명을 내고 “테러 현장에서 숨진 범인 7명 중 2명은 벨기에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적자”라며 “파리에서 발견된 두 차량은 범인들이 이번 주 초 브뤼셀 지역에서 빌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용의자 2명은 브뤼셀 인근에 위치한 몰렌빅에서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곳은 모로코와 터키에서 건너온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나머지 세아트 차량은 이날 오후 파리 인근 페르라세즈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으며, 내부에 자동소총 3자루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당국도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 1개와 지문을 확인한 결과 용의자 2명이 최근 그리스를 거쳐간 사실을 확인했다. 니코스 토스카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테러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여권 소지자가 지난달 3일 69명의 난민과 함께 레로스 섬에 들어왔다”며 “그는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용의자 1명도 지문 확인 결과 올해 8월 그리스에서 난민 등록을 마치고 레로스 섬을 거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NN은 “시리아 여권 소지자는 25세 아마드 알 모하마드로, 스타드 드 프랑스 인근에서 자살폭탄으로 숨진 테러범”이라며 “난민인 척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외에도 두 명의 용의자들은 가짜 터키 여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AP 등 외신은 이들이 ‘사탄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붙은 고성능 액체 폭약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가 담긴 조끼를 입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TATP는 폭발시키기 쉬운 데다 액체 음료로 위장하면 폭탄탐지기로 적발이 어려워 그간 여객기와 열차 폭탄테러로 자주 사용됐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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