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가 발생한 13일 밤, 이날은 의사들에게도 그 간 경험해보지 못한 악몽의 시간이었다. 파리 조르주 퐁피두 병원 응급센터장이자 참전 의사인 필립 쥐벵(51)은 “전쟁보다 끔찍했다”는 말로 그 날 밤을 회상했다.

14일 AP에 따르면 쥐벵 센터장은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 2시간 후 병원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병원에 도착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몰려들 테러 피해자들을 대비해 당장 응급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을 미리 집으로 돌려보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14일 새벽 2, 3시쯤이 되자 여기저기 피를 흘리는 50명의 환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번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마치 전쟁터에서 다친 것처럼 흉부, 복부, 다리, 팔 등 다양한 부분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또 이들 가운데 4명 중 1명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참전 의사였던 쥐벵에게도 이런 모습은 낯선 것이었다. 그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의 프랑스군 주둔지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총격전, 폭발 사고, 빌딩 화재로 인한 많은 사상자를 봤지만 그 날처럼 한 번에 많은 사상자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고 아비규환이었던 당시를 설명했다.
쥐벵은 주변의 도움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퐁비두 인근 병원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심지어 파리로 휴가를 왔던 의사들도 팔을 걷어 부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부상자들 대부분이 젊은이였다는 점도 이들이 목숨을 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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