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0대 여성 2명을 둔기로 살해한 이모(30)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2일 오전 5시쯤 강남구 소재 김모(18)양의 집을 찾아가 둔기로 김양과 김양의 친구 박모(18)양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인터넷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이씨는 지난달 인터넷 채팅을 통해 김양을 알게 된 뒤 종종 만나 데이트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김양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한 데 앙심을 품고 있다가 11일 대형마트에서 둔기를 미리 구입해 사건 당일 오후 9시쯤 김양의 집을 찾았다. 이씨는 김양과 말다툼을 벌이다 이튿날 새벽 김양의 뒷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또 옆방에서 자다 다툼 소리에 깬 박양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은 어머니가 직장문제로 자주 집을 비워 사실상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의 어머니는 며칠 동안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오빠(32)에게 수소문을 부탁했고, 오빠는 14일 오전 집에서 두 사람이 숨진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여고생들을 죽였는데 자수하고 싶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겠다” 등의 말을 한 뒤 역삼동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결과 피해자들의 뒷머리가 완전히 깨져 있는 등 최소 10여 차례 이상 폭행이 가해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장 검증을 토대로 이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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