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27·두산)가 펄펄 날고 있다. 역시 '믿고 보는' 국가대표 김현수답다.
김현수는 프리미어12 대표팀 타자 중 유일하게 예선라운드 4차전까지 매 경기 안타를 때려냈다. 4경기에서 17타수 6안타(타율 0.353) 8타점을 기록하면서 '타격기계'로서 본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늘 빛났다. 이전까지 5차례 국제 대회에 참가해 통산 타율 0.404(104타수 42안타) 19타점을 기록했다.
낯선 투수를 만나면 고전할 법도 하지만 그의 배트는 망설임이 없다. 김현수는 "운이 좋았다"며 몸을 낮추지만 참가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에는 '실력'이 빠질 수 없다. 그는 "잘 모르는 투수를 만났을 때는 타이밍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치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대팀에도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열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4-2로 앞선 4회 2사 2·3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서자 상대 배터리는 고의 4구로 김현수를 걸렀다. 후속 타자가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한 4번 타자 이대호였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김현수는 더 무서운 존재였다.
더 의미가 있는 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지칠 줄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 중 141경기를 뛰었고 포스트시즌 14경기를 모두 출장했다. 여기에 감기와 비염까지 겹쳐 현재 컨디션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그는 "트레이너 코치님께 여쭤봤더니 쉬어야 낫는다고 하더라. 한국에 가야 나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를 하는 게 좋은 것이다. 계속 하면 더 좋은 게 아닌가"라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그에게는 더 많은 시선이 쏠려 있다. 프리미어12 경기장을 찾는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그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이미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소속팀 두산도 김현수를 반드시 잡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이 프리미어12가 열리는 대만을 찾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김현수는 담담한 모습이다. 그는 "뽑혀야 뽑혀 가는 것이지, 지금은 그냥 관심이 있다는 정도 아닌가. 관심만 갖는 건 나라도 할 수 있다"며 '쿨하게' 웃어 넘겼다. 하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 검증을 마친 그는 FA임에도 나이까지 어린 편에 속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탐낼 수 밖에 없는 타자다. 김현수는 "젊은 FA이기 때문에 관심을 더 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며 "그런 부분에 관해선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정식으로 입장을 밝힐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진=김현수.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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