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손에 쥐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의 면세점 전쟁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유통기업으로의 부활을 알린 것이다.
두산은 최근 사업을 확장했던 중공업 분야가 부진한 성적을 내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게 됐다.
14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두산은 1960년대 건설·식음료, 1970∼1980년대 유통·기술·소재부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유통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지만 식품·음료·의류 등 소비재 부문의 사업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1995년 29개 계열사를 20개 안팎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두산은 소비재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한국네슬레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며 커피·조제분유 사업에서 손을 뗐고 다시 1년 후인 1997년에는 음료 사업부문을 코카콜라사에 매각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OB맥주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룹 유통부문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두산이 고육지책으로 커피와 음료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두산은 다시 체질개선에 나섰고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OB맥주로 대표되던 주류 사업은 물론 버거킹·KFC를 비롯한 식품 사업 등도 최근까지 모두 정리했다.
문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불황이 길어지면서 건설·조선·중공업 등 주요 사업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갑작스럽게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것 역시 박용만 두산 회장의 유통사업 재확장 선언으로 해석되는데 수익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유통사업을 다시 넓히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면세점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를 통해 계속 유통사업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면세점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관광 벨트 조성에도 자사 면세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서울지역 면세점은 명동(롯데 소공점)·삼성동(롯데 코엑스점)·장충동(신라면세점)·종로(동화면세점), 용산(신규 HDC신라면세점)·여의도(한화갤러리아면세점) 등으로 동대문에는 면세점이 없다.
올해 중순 면세점 대전에서도 많은 중소·중견업체들이 동대문을 후보지로 내세웠지만 탈락했다.
동대문이 명동 다음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두산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
두산타워에 입점한 저렴한 가격의 의류 브랜드를 활용해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군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두산은 분석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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