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13일(현지시간) 밤 동시 다발 테러가 발생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지지자들이 잇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축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다음 목표는 로마, 런던, 워싱턴’이라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태다.
테러감시단체 시테(SITE)에 따르면 파리에서 동시다발적 테러가 발생한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과 연계된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공격을 환영하면서 배후에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파리가 불타고 있다’ 또는 ‘공격받은 파리’, ‘칼리프국가(IS)가 프랑스를 타격했다’, ‘전사 프랑스 화염’ 등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공유하고 있다. ‘쿠웨이트 급진주의자’라는 이름을 쓰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런 해시태그를 단 채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순교자가 차량을 타고 그곳에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썼다.
또한 ‘친(親)IS’ 매체인 ‘알사무드’ 등의 계정에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로 “너희가 우리 집에서 죽인 것처럼, 너희 집에서 죽을 것이다. 너희 집을 향해 전쟁을 몰고 갈 것임을 약속한다, 우리 테러의 쓴맛을 보라”는 글과 함께 공격을 축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또 다른 친 IS 채널 ‘다비크 텔레그램’은 “프랑스는 시리아에 매일 전투기를 보내고 폭탄을 투하해 어린이와 노인을 죽이고 있다”며 “오늘 프랑스는 같은 잔을 마셨다”고 썼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온라인판도 트위터에서 아랍어로 ‘파리가 불타고 있다’는 뜻의 해시태그가 쓰이고 있으며 이는 IS 지지자들이 직접 고른 표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아랍어 해시태그를 단 다른 트위터 글들은 총격 현장을 담은 사진을 포함하고 있거나 “신은 위대하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제 로마, 런던 그리고 워싱턴’이라는 글까지 일부 공유되고 있어 이탈리아와 영국 등 주변국가와 미국은 경계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오전 마테오 렌치 총리 주재로 긴급 안보위원회를 열어 국경봉쇄 여부 등을 논의한다고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가 전했다. 이미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는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는 솅겐 조약에 따라 유럽연합(EU) 여권을 소지하고 파리로 직행하는 승객들에 대해서도 일부 통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에서 오는 15, 16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파리 테러 대응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고 “G20 정상회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는 테러와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이 싸움에는 모든 유럽인과 자유세계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IS 자체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지자들의 글이 퍼지는 데 더해 파리에서 총격범이 프랑스의 시리아 군사 작전을 언급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이에 지난달 말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에 이어 시리아 내 IS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군사대응에 IS가 테러로 보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해 22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은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IS의 폭탄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는 사고 직후에 여객기 추락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자신들의 공격이라고 선전 중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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