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동 공습 동참…일부 무슬림 이민자 과격화"
목격자 "범인이 '올랑드가 무슬림에 한 짓 때문'이라고 해"
2005년 파리교외 알제리·모로코 이민자 폭동 10년인 올해 잇단 테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동시다발적 테러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발생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는 이 매체의 이슬람교 예언자 무하마드에 대한 풍자 만평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급진세력의 소행으로 여겨졌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테러'라는 점에 초점이 좀 더 맞춰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들의 강도나 빈도가 프랑스에서 커지면서 프랑스에 이들의 테러가 집중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쩍 잦아진 이슬람 관련 테러
AFP통신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또는 미수 사건은 샤를리 에브도 이래로 10개월 만에 7건(파리 테러 제외)에 달한다.
올해 1월 예멘 알카에다와 연계된 쿠아치 형제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아메디 쿨리발리가 공모해 샤를리 에브도와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테러를 벌여 17명을 살해했다.
2월에는 니스에 있는 유대인 지역센터를 지키고 있던 군인 3명이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의 공격을 받았으며 범인은 체포된 후 프랑스와 군경,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다.
이어 4월에는 프랑스 교회를 목표로 테러를 기도한 알제리 대학생이 체포됐고 수사당국은 그의 집에서 알카에다, IS와 관련된 문서를 찾아냈고 범인이 시리아 내 무장조직과 접촉해 왔다고 밝혔다.
6월에는 이제르도 생 캉탱 팔라비에서 살해한 시신을 참수해 이슬람 깃발로 둘러싸인 공장에 내건 남성이 체포됐고 바로 다음 달에는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는 16∼23세 젊은이 4명이 '지하드(성전)의 이름으로' 군부대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다가 붙잡혔다.
8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고속열차 안에서 IS와 연계된 인물로 알려진 괴한의 총격이 있었고 미군을 비롯한 승객에 의해 제압됐다.
이번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10일 프랑스 당국은 해군기지 내 군 인사 공격 계획을 놓고 시리아 IS 조직원과 연계된 25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번 파리 테러가 IS 또는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연관됐을 정황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테러범이 프랑스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언급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보도됐고 IS 지지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테러를 축하하며 배후에 IS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극장에 있었던 목격자에 따르면 총을 든 범인 한 명은 프랑스어로 "이는 모두 올랑드가 세계의 무슬림들에게 해를 가했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프랑스, 최근 시리아 등 중동 공습 적극 동참
유난히 프랑스에서 테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서방사회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이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전쟁에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동참한 데 대해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엇나간 보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0명 이상 사망자가 난 바타클랑 극장에서 범인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프랑스의 대 이슬람 정책을 비난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또한 테러감시단체 시테(SITE)에 따르면 이번 테러 이후 한 '친(親)IS' 매체의 SNS 계정에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로 "너희가 우리 집에서 죽인 것처럼, 너희 집에서 죽을 것이다. 너희 집을 향해 전쟁을 몰고갈 것임을 약속한다"라는 글이 실렸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를 시작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년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과 맞서고 있다.
IS에 대한 국제 동맹군의 공습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도 작년부터 이라크에서, 올해 9월부터는 시리아에서 동참하고 있다.
역시 IS의 테러로 관측되고 있는 지난달 말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도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 이후 발생했다.
◇희미해지는 '톨레랑스'
프랑스에 무슬림 이민자가 많아 한쪽에서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점점 사회에 앙심을 품고 과격화하는 '외톨이 무슬림'이 늘어났다는 점 역시 테러 빈발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프랑스에서 이슬람교는 가톨릭에 이어 가장 신도가 많은 종교이며 전체 인구 6천600만명의 5∼10%가 무슬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 내 무슬림은 대부분 수니파로 알려졌다.
'톨레랑스(관대함)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 사회가 오랜 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이민자 증가 속에 이들 무슬림 이민자들을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가 IS 대원 수백 명이 나오는 유럽 국가 중 하나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다가 변심해 시리아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하면서 과격주의 확산은 교외지역 젊은이들의 높은 실업률, 중동·아프리카계에 대한 인종차별 등 사회경제적 맥락과도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테러는 파리 교외에서 북아프리카 이민자 폭동이 발생한 지 10년을 즈음해 발생했다. 2005년 10월 27일 시작돼 두 달가량 이어진 소요 사태로 300여 채 건물이 불 탔고 3천여 명이 체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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