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주도적 참여 LIG넥스원
PC 수십대가 악성코드에 감염
기무사, 긴급 현장조사 착수
다른 방산업체도 비슷한 시기 뚫려
외부세력 동시다발 해킹 가능성
한국형전투기(KF-X)의 핵심장비인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 개발을 맡고 있는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전산망이 해킹에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군기무사령부는 북한이나 주변국의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긴급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13일 “전날 LIG넥스원의 컴퓨터 수십 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컴퓨터는 좀비PC가 된 상태”라며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에 대한 해킹인 만큼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8조원 규모의 KF-X개발에 착수한 이후 참여업체가 해킹을 당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해킹된 컴퓨터는 주요장비 개발부서와 대외협력파트를 비롯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전국의 사업장에서 정확히 몇 대의 컴퓨터가 감염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며 “유출된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즉각 모든 컴퓨터의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고 자체 보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LIG넥스원이 KF-X의 핵심인 AESA레이더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ESA레이더는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 국내 개발로 방향을 틀었지만 KF-X사업 목표연도인 2025년까지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때문에 LIG넥스원이 개발에 성공할지 여부에 KF-X사업의 명운이 달려있어 국내는 물론이고 주변국들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국회 국방위는 17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을 출석시켜 KF-X사업의 존폐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LIG넥스원 외에 다른 국내 방산업체 일부도 비슷한 시기에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더 번질 수도 있다. 군 당국은 국내 무기개발을 노린 외부세력의 동시다발 해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방산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AESA레이더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도 지난해 해킹으로 군사기밀 자료가 유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기무사와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정보원이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보안조사를 실시한 결과 ADD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망 접속 PC가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종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팀은 홍콩에서 IP를 이용해 PC에 침투한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끝내 누구의 소행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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