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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허허

입력
2015.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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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다 적당한 말이 안 떠오를 때 내뱉는 말버릇이 있다. 그냥 어떤 소리다. 정확한 문자로 표기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어허” 또는 “허허” 정도? 머뭇거림 또는 마땅치 않음 또는 분별하기 힘듦의 심사가 거기 담겨 있다. 말하기 곤란함, 내지는 뭔 뻘소리여, 라는 짜증도 그렇게 표현하곤 한다. 듣는 이도 눈치에 따라 대략 알아들으니 참 쓰임새 좋은 간투사다. 네 말이 어떻고 내 말이 저떻고, 말도 안 되는 논리 만들어 갑론을박하는 소위 ‘민주’ 절차보다 직관적으로 옳다고 본다. 어떤 분야든 소위 ‘고수’들은 많은 말 하지 않는다. 말로 설득하거나 당하는 건 ‘하수’들의 세계다. ‘보이스 피싱’이란 말 그대로, 찌에 바로 낚이는 물고기는 물고기 중에서도 하급이다. 말은 필수불가결한 절차이지만, 말이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말 한 사람의 주둥이 말고 객관적 실체라는 게 없다. 진리가 고정적이지 않듯, 말이 어떤 것들을 고정한다고 믿는 세계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면 차라리 벙어리가 되는 게 낫다. 말이 아름다운 순간은 말을 하는 사람의 진심과 아름다움을 내가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나 가능하다. 그게 말의 권력을 형성한다. 말보다는 온갖 말을 잊고 잠들었다 깬 새벽 새 지저귐이 좋다. 찍찍 짹짹, 어허. 그게 진짜 현실이라곤 말 못 하겠다. 허나, 허허. 이 소린 참 섹시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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