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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서 박살내봐! 독한 마음 먹고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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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서 박살내봐! 독한 마음 먹고 던져요”

입력
2015.11.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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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이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B조 예선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상대 타선을 병살로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박수를 치고 있다. 타오위안=연합뉴스
장원준이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B조 예선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상대 타선을 병살로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박수를 치고 있다. 타오위안=연합뉴스

장원준(30·두산)에게는 '84억원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처음에는 '물음표'였던 이 말은 이제 '84억원'도 아깝지 않은 그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식어로 바뀌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당시 역대 투수 자유계약선수(FA) 최고 금액인 총액 84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오버 페이라는 지적도 일었지만 그는 올해 정규시즌 30경기에 나와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팀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의 숨은 진가는 오히려 정규시즌 뒤 만개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승을 챙기며 팀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고비마다 선발 등판해 안정감 있는 투구로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그는 11일 도미니카와의 조별 예선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호투로 팀에 대회 첫 승리를 안겼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승리였다. 상대팀이었던 도미니카공화국의 미겔 테하라 감독은 장원준에 대해 "메이저리그 투수처럼 던졌다. 경기 운영이나 완급조절이 무척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장원준은 8강전 선발 등판도 유력하다. 다음은 장원준과 일문일답.

-롯데 시절 배터리였던 포수 강민호와 오랜 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낯선 것 없이 늘 해왔던 것처럼 했다."

-도미니카 감독은 경기 후 "장원준이 가장 인상 깊었다. 메이저리그급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내 실력은 내가 잘 안다. 그 정도는 아니다.(웃음)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국에서 더 잘 해야 한다."

-호투 비결이 있나.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았고, 경기를 계속 이기면서 자신감이 붙은 게 프리미어12까지 이어진 것 같다."

-투구 밸런스는 어떤 부분이 좋아졌나.

"시즌 중반에 폼을 약간 수정했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맞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았고, 시즌이 끝날 무렵에 다시 예전과 같은 폼으로 던지면서 더 좋아졌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대표팀이 패한 뒤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부담이 컸을 텐데.

"경기 중간에 던지는 데도 머리가 너무 아팠다. 예민한 편이라 신경이 쓰여서 머리가 계속 아프더라."

-비로 인해 경기가 계속 지연되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애를 먹었을 텐데.

"몸을 풀었는데 시간이 계속 바뀌더라. 처음엔 오후 6시라고 했다가 6시 50분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55분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고, 경기는 경기이지 않나. 팀이 이미 1패를 한 상황인 만큼 더 이상 지면 안 되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했다."

-2013년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었는데 안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대표팀 멤버가 안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집중하고 간절하게 던졌다."

-올 시즌 중요한 경기마다 잘 던지고 있다.

"마음이 편한 부분이 있다. 아예 '박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던진다. 극단적 생각을 하면 잘 던지는 것 같더라.(웃음) 시즌 때도 '어차피 박살 날 거 그냥 쳐라'하는 생각으로 던지면 그걸 계기로 연승을 하곤 했다. 이런 마음이 진심으로 우러나올 때마다 좋은 투구가 되는 것 같다."

타이베이(대만)=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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