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밀려 말라 죽은 가지는 줄기에 흔적을 남겼다. 나무의 몸집이 커질수록 흔적은 선명해졌고 나무는 그 자리에 깊고 단단한 옹이를 만들며 상처를 스스로 치유했다. 어떤 이들은 옹이를 두고 ‘고통의 대명사’라 표현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인내심을 배우자고도 말한다. 이 숭고한 자생력의 상징에 누군가는 양심을 구겨 넣었다. 서울 중구 청파로의 한 가로수 옹이 구멍이 더러운 담배꽁초로 오염되어 있다. 거리에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면 애초에 담배를 꺼내 물지 말았어야 한다. 거리의 가로수 중 단 한 그루도 그리해도 될 만큼 하찮지 않다.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체에 양심을 쑤셔 넣은 사람은 흡연할 자격이 없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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