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친환경 원자력 발전소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최고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겸 테라파워 회장과 손을 잡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12일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 게이츠 회장과 만나 기후 변화 대응 및 원전 산업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게이츠 회장에게 “미국의 첨단 기술과 설계력을 중국의 운영 능력과 결합, 안전하고 원가도 싼 원전을 공동 연구함으로써 중국의 원전 산업 수준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게이츠 회장이 세운 차세대 원자력 벤처 기업 테라파워의 기술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혁신적인 신재생 에너지 기술에 총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게이츠 회장은 테라파워를 통해 농축 우라늄이 아닌 공장 폐기물인 열화 우라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의 원전이 갖고 있는 안전, 오염, 비용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게이츠 회장도 11일 테라파워와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힘을 합쳐 새로운 핵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미중 양국 정부 지원 아래 합자 회사도 세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영국 방문 당시 중국광핵그룹(CGN)은 총 사업비 180억 파운드(약 32조원)의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60억 파운드(약 10조8,000억원)를 투자, 지분 33.5%를 확보한 바 있다.
중국은 13차5개년(2016~2020년) 계획 기간 동안 매년 6~8기의 원자로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형 원자로 연구 개발과 건설에 총 5,000억위안(약 9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현재 상업 운영 중인 원자로는 25기, 건설 중인 원자로는 26기이지만 2030년엔 110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과 일본보다 많은 원자로를 가동하게 된다. 중국은 2012년 독자적인 원자로 개발에 성공한 뒤 이를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등에 수출하며 고속철에 이어 원전 수출 대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이 원전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에 대형 원전을 수출한 뒤 후속타가 없는 상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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