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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의 저주… 남아도는 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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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의 저주… 남아도는 쌀 어쩌나

입력
2015.11.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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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급증에 가격 불안까지… 정부 수입쌀 방출량 절반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쌀농사가 풍년을 맞아 남는 쌀 처리에 더 골치를 앓게 된 정부는 수입쌀 방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매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으로 집계돼 지난해 생산량보다 2.0% 증가했다. 2009년(491만6,000톤)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이며, 지난달 통계청이 예측치로 내놓은 수치(425만8,000톤)보다도 7만톤 가량 증가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풍작의 원인은 날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좋은 날씨가 하루 더 늘어날 때마다 1만톤 가량 생산량이 느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가을 날씨가 좋아 예상보다도 더 풍작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쌀 재배면적이 79만9,34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80만㏊ 아래로 내려왔음에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4.2% 늘어났다.

쌀 작황이 좋을수록 정부와 농민이 골머리를 앓는 ‘풍년의 역설’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 국산쌀 재고 예상치가 이미 85만톤인데, 예상보다 작황이 좋았기 때문에 남는 쌀 처리는 더 어렵게 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2.5%씩 줄어드는 것에 비해, 쌀 재배면적은 매년 1.8% 감소에 그치고 있다. 최근 가마(80㎏)당 산지 쌀 값이 지난해(17만원선)에 훨씬 못 미치는 15만원선에 형성되는 등 공급과잉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했다.

지난 3일 담양군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전남 담양군청 마당에 올해 수확한 벼를 담은 포대를 쌓고 쌀값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는 전국 곳곳에서 수확한 벼를 야적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담양군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전남 담양군청 마당에 올해 수확한 벼를 담은 포대를 쌓고 쌀값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는 전국 곳곳에서 수확한 벼를 야적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날 ‘쌀 수급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발표하고, 정부와 농협의 벼 매입 규모를 2조7,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이번 달과 다음 달 밥쌀용 수입쌀의 판매량을 1만톤에서 5,000톤으로 줄여 쌀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사들인 쌀은 쌀이 부족하거나 값이 급등하지 않는 한 시장 방출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대북(對北) 원조가 재개되지 않을 것이고, 쌀 소비가 비약적으로 오르거나 생산량이 확 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 양곡창고에는 지금보다 쌀자루가 더 가득 차게 될 전망이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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