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급증에 가격 불안까지… 정부 수입쌀 방출량 절반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쌀농사가 풍년을 맞아 남는 쌀 처리에 더 골치를 앓게 된 정부는 수입쌀 방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매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으로 집계돼 지난해 생산량보다 2.0% 증가했다. 2009년(491만6,000톤)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이며, 지난달 통계청이 예측치로 내놓은 수치(425만8,000톤)보다도 7만톤 가량 증가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풍작의 원인은 날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좋은 날씨가 하루 더 늘어날 때마다 1만톤 가량 생산량이 느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가을 날씨가 좋아 예상보다도 더 풍작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쌀 재배면적이 79만9,34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80만㏊ 아래로 내려왔음에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4.2% 늘어났다.
쌀 작황이 좋을수록 정부와 농민이 골머리를 앓는 ‘풍년의 역설’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 국산쌀 재고 예상치가 이미 85만톤인데, 예상보다 작황이 좋았기 때문에 남는 쌀 처리는 더 어렵게 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2.5%씩 줄어드는 것에 비해, 쌀 재배면적은 매년 1.8% 감소에 그치고 있다. 최근 가마(80㎏)당 산지 쌀 값이 지난해(17만원선)에 훨씬 못 미치는 15만원선에 형성되는 등 공급과잉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날 ‘쌀 수급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발표하고, 정부와 농협의 벼 매입 규모를 2조7,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이번 달과 다음 달 밥쌀용 수입쌀의 판매량을 1만톤에서 5,000톤으로 줄여 쌀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사들인 쌀은 쌀이 부족하거나 값이 급등하지 않는 한 시장 방출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대북(對北) 원조가 재개되지 않을 것이고, 쌀 소비가 비약적으로 오르거나 생산량이 확 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 양곡창고에는 지금보다 쌀자루가 더 가득 차게 될 전망이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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