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의 독재 및 3대 세습, 처참한 인권상황, 대남 무력도발 등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소개하는 데 적잖은 지면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앞서 여러 차례 이런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국정화 확정고시에 대해 설명하던 중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은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이나 어떤 교과서들에는 빠져있다”며 “남북관계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 줘야 할 역사교과서에 북한 군사도발과 그에 따른 희생이 최소한으로 서술돼 북한의 침략야욕을 은폐ㆍ희석시킨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 소개 여부를 근거로 검인정 교과서 필진을 비난하는 동시에 국정화의 정당성을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검인정교과서 집필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온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주요 학습 요소에 ‘천안함 폭침’은 없다. 교육부는 올해 발표한 ‘2015년 교육과정’에서도 교과서에 기술될 주요학습요소로 주체사상, 세습체제, 천리마 운동, 탈북자, 7ㆍ4남북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ㆍ15 남북 공동 선언 등을 꼽았다. 특정 의도로 천안함 사건 서술을 배제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주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이 돼도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발언 역시 국정화 명분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검인정 교과서 8종은 모두 주체사상을 비판하고 있다. 교과서에 분단 이후 북한의 모습을 반드시 소개하도록 지시한 것은 교육부의 교육과정이다.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주체사상의 숱한 부작용, 비인간적 사회로 전락한 북한의 인권탄압, 대규모 아사 사태 대한 강경한 입장을 교과서에 충분히 기술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이걸 반드시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정부 의지가 있었다면 현행교과서에도 포함될 수 있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누워서 침 뱉기’식으로 검인정교과서를 비난한 만큼, 국정교과서에는 북한에 대한 기술을 대폭 추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꾸준히 기술 강화를 요구해온 사안은 북한의 인권 상황, 3대 세습, 군사도발 등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2013년 정책리포트에서 “60년간 극도의 폐쇄체제 속에서 가혹한 독재 하에 반민족적, 문명파괴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 실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교과서에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총리가 유일하게 옹호한 교학사 교과서가 별도 단원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소개하는 한편, 정치범 수용소 지도 및 관련 사진을 첨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도 이 같은 인권 실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휴전 후 이어진 KAL기 폭파, NLL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대남도발 등은 폭력적인 공산주의 체제에 맞선 대한민국의 힘겨운 싸움과 희생의 사례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어떻게 전체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하면서도 이들 내용을 포함할 것이냐는 문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하면서도 이들 내용만 늘리려면 결국 전체 근현대사 기술이 기형적일 수 밖에 없다”며 “친일과 독재 서술은 줄인 ‘반공교과서’를 만들어 과거 독재 시대처럼 ‘민주주의보다 반공이 최고 국시’라는 인식을 조장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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