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을 중개한 함모(59)씨가 최윤희(62) 전 합참의장의 부인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정황이 수사당국에 포착됐다. 검찰은 함씨가 최 전 의장을 상대로 와일드캣 도입 관련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이 짙다고 의심하고 있으나, 그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향후 수사도 커다란 암초를 만난 형국이 됐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무기중개업체 S사 대표인 함씨의 비리 수사 과정에서, 그가 운영하는 서울 이태원 C 호프집에 최 전 의장의 부인 김모씨가 자주 드나든 사실을 파악했다. 김씨는 군 고위 장성 부인들과 이 곳에서 종종 모임을 가졌는데, 합수단은 주변 폐쇄회로(CC)TV 기록을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와일드캣 도입 결정을 앞둔 2011~2012년, 함씨가 김씨에게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접대도 하는 등 두 사람이 빈번하게 접촉했던 단서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또, 함씨가 지난해 9월 최 전 의장의 아들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했다. 최 전 의장 아들은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 “개인 사업과 관련한 투자 격려금조로 2,000만원을 받았다가 500만원만 쓰고 1,500만원은 돌려줬다”며 “아버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현재로선 최 전 의장 아들이 받은 돈이 소액이고 대가성도 뚜렷하지 않아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함씨가 최 전 의장 측을 상대로 와일드캣 도입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인 만큼, 우선 함씨를 구속해 최 전 의장의 비리 연루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게 당초 합수단의 구상이었다. 실제 함씨의 구속영장에는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의 아들에게 유학비 명목의 4,000만원을 주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심모씨의 동생에게 1억원을 건네는 등의 혐의(뇌물공여)만 담겨 있을 뿐, 최 전 의장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전날 밤 “교부된 금원의 성격에 다툼이 있다”며 함씨 영장을 기각, 앞으로의 수사에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함씨는 최 전 의장 관련성에 대해 철저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완 수사 후 함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홍용 소장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둘째 아들이 작년 7월 함씨한테 돈을 받은 것은 유학에 필요한 잔고증명을 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뿐 뇌물은 아니었다”며 “한 달 후 3,000만원은 돌려줬고, 11월 나머지 1,000만원도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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