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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 대국들 곳간 닫고 ‘구두쇠 모드’

입력
2015.11.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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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황에 재정 압박… 일본 프랑스 등 11개국 ODA 절대 규모 줄여

한국은 지난해 목표치 절반 그쳐.. 2020년 목표도 5년 전보다 0.05%P 후퇴

선진국들이 앞다퉈 해외원조 규모를 줄여가는 가운데, 한국도 해외 원조 규모 조정에 나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진국들이 앞다퉈 해외원조 규모를 줄여가는 가운데, 한국도 해외 원조 규모 조정에 나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대한 유ㆍ무상 해외 원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ODA) 강국들이 줄줄이 ODA 규모를 줄이고 나서는 등 ‘구두쇠 모드’로 돌아서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지원 규모가 당초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친 데 이어 향후 목표치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규모는 2010년 제1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1~2015년) 수립 당시 약속한 0.25%(2015년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0.13%에 그쳤다.

정부가 지난 10일 확정한 2차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새롭게 정한 5년 후 목표치는 0.20%. 작년에 비해 0.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지만, 1차 기본계획에서 달성키로 한 목표치(0.25%)에 비해서는 0.05%포인트 뒷걸음친 규모다. 정부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면서 2009년 경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까지 한 것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내걸었던 목표가 하향 조정된 1차적 원인은 국내 재정 압박 때문이다. 2000년 17.5%, 2010년 31.0%였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 역대 최고(4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면서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번번이 무산되며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는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에도 GDP 대비 2%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 ODA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점점 느는 것도 빈곤국을 향한 돈줄을 죄는 요인이다.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 ‘ODA규모를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11년 26.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32.7%로 늘었다. 반면 현재 ODA 규모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63.3%에서 지난해 54.3%로 감소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재정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어서 ODA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5~7년 정도는 ODA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DA 규모를 줄이고 나서는 것은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OECD DAC 회원국 28개국 가운데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캐나다 벨기에 그리스 등 11개국은 지난해 ODA 절대 규모가 2010년보다 감소했다. 경제규모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ODA 규모는 오히려 축소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게 허리띠를 졸라 맨 셈이다. OECD DAC회원국의 전체 ODA 규모도 2010년에는 GNI 대비 0.31%였지만 작년에는 0.29%로 줄었다. ODA 절대액이 늘긴 했지만 경제 성장에는 못 미쳤다는 얘기다.

강선주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재정 압박이 들어오면 ODA가 감축 대상 1순위가 되는 것은 세계 공통”이라면서 “원조를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같다고 느끼는 원조 피로감(Aid fatigue)이 서구를 중심으로 커지는 것도 ODA축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손 큰’ 나라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스웨덴(GNI대비 1.1%ㆍ지난해 기준) 룩셈부르크(1.06%) 노르웨이(0.99%)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GNI의 1% 안팎을 빈곤국 지원에 쓴다. 2010년 ODA 규모(0.14%)가 한국과 비슷했던 아랍에미리트는 지난해 GNI 대비 1.17%를 ODA에 썼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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