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신의주, 화려한 단둥… 새 다리 연결에도 '불통의 그늘'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초라한 신의주, 화려한 단둥… 새 다리 연결에도 '불통의 그늘'

입력
2015.11.13 04:40
0 0

압록강서 본 신의주 농촌 풍경… 이성계 회군 위화도엔 北 군인

맞은편 단둥은 고층빌딩 빼곡 北ㆍ中 무역 80% 차지 관문 역할

교역확대 디딤돌 신압록강대교 北 연결도로 미비로 1년 방치

선착장 공사 등 변화 조짐도 “다리 뚫리면 베이징~신의주 쾌속”

압록강 하류의 중국 항구도시 단둥(丹東). 여기서 강을 건너 신의주를 거치면 곧바로 평양까지 갈 수 있어 북ㆍ중 교역의 상징과도 같다. 양국 무역의 80% 정도가 단둥항과 세관을 통해 이뤄져 ‘북한 변수’에 가장 민감한 도시이기도 하다. 북한 노동자 3만 여명이 머물고 있고 북한 주재원과 정보원 수천 명이 상주하는 사실만으로도 북ㆍ중 관계에서 이 도시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단둥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고속철도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1일 선양에서 단둥을 잇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단둥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성장 둔화에 북한 움직임 주시

지난달 29일 압록강 하류에서 바라본 북한 땅 신의주. 강변의 넓은 벌판 너머에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조용한 소도시 분위기를 풍긴다. 이성계의 회군으로 유명한 위화도에는 북한 군인들이 사는 낡은 건물들만 띄엄띄엄 보였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와 자전거를 탄 주민, 콩을 수확하는 농민들. 총을 든 군인만 없었다면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지난달 말 중국 단둥의 압록강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탄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 쪽을 바라보고 있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그 건너편에 있는 단둥은 화려했다. 압록강 하류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섬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중국 땅인 단둥의 월량도는 고급주택 수십 채와 호텔, 광장 등이 들어서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지난 9월1일 개통한 고속철도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이 항구도시의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 이곳 주민은 “1년 전만 해도 월량도는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는데”라며 “집값이 5년 전보다 2, 3배 뛰었다”고 했다. 강변도로를 따라 늘어선 신시가지에는 수년 전부터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의 큰 손들이 앞다퉈 투자하면서 주상복합건물과 쇼핑센터, 온천시설,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정부기관도 이주하는 등 투자 붐이 일었다.

지난 9월1일 개통한 중국 선양~단둥 고속철도 노선의 종점인 단둥역 플랫폼. 뒤로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철교가 보인다. 중국 정부는 현재 신의주를 거쳐 평양까지 운행되는 일반열차 대신 단둥까지 이어진 고속철도를 북한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북ㆍ중 양국의 발전 전략만큼이나 대비된다. 그래서 두 도시, 특히 성장에 가속을 붙이려는 단둥의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상징적인 건축물이 압록강의 랜드마크가 될 길이 3㎞,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다. 북ㆍ중 교역 확대의 디딤돌로 지난해 10월 완공됐지만 신의주 쪽 연결도로 미비로 1년이 넘게 개통되지 않아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따른 북한 특수를 노리고 들어선 아파트에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고, 상가 매출도 신통치 않았다.

신압록강대교에서 하류 쪽으로 1㎞ 내려가면 나오는 양국 공동 개발예정지인 북한 섬 황금평. 국경을 구분 짓는 철조망 건너에 북ㆍ중 공동관리사무소가 건설되고 있었지만 드넓은 황토색 평야와 볏단만이 보여 황금평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단둥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교민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늦춰지고 황금평 개발이 지지부진해지자 투자열기가 점차 식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까지 10년 동안 최대 16%에 달했던 단둥의 성장률은 최근 들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인 압록강 하류의 황금평 관리사무소 모습.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그러니 중국이 안달할 만하다.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전액을 투자한 중국은 북한 쪽 진입로 미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 건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교각의 중국 쪽 도로는 이미 다롄 선양 순환고속도로와 연결돼 베이징까지 이어진다. 대교 개통만 되면 베이징에서 신의주까지 쾌속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 지난달 29일 단둥 시내 고층빌딩에서 촬영한 이 대교의 웅장한 위용과 달리 건너편 신의주 쪽은 도로 연결이 돼 있지 않은 모습이 선명하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북중 교역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완공된 지 1년이 되도록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선착장 건설 北 변화 감지

물론 더디지만 북한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곳은 구압록강대교 북한 쪽에서 진행되는 유람선 선착장 마무리공사. 중국인들이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로 건너와 무관세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게 골자다. 북한은 이를 위해 1박2일이나 2박3일 동안 중국인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선착장 부근에 숙박시설이나 식당, 특산품 판매점도 짓고 있다고 한다. 단둥에 10년 이상 거주한 교민이 신의주 쪽을 가리키며 하는 말도 그렇다. “저기 고층건물 2개랑 놀이시설, 선착장 보이죠. 1, 2년 전만 해도 흙으로 덮여있던 곳입니다. 전기가 부족해 밤만 되면 까맣게 변했는데 이젠 불빛도 제법 보입니다. 미세하지만 변화가 느껴지네요.”

지난달 29일 저녁 압록강 하류 유람선에서 바라본 중국 단둥(오른쪽)과 북한 신의주의 스카이라인. 단둥은 어둠 속에서도 강변에 따라 지어진 고층빌딩들의 모습이 선명하고, 빌딩과 자동차에서 나오는 불빛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전기가 부족한 신의주는 마을 전체가 불빛 하나 없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하지만 친중(親中)파인 장성택 처형 후 무역기반이 와해된 중국업체들이나 우리 정부의 5ㆍ24 조치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할 수 없게 된 현지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힘들어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협력 의지를 드러냈지만 당장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단둥ㆍ선양=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ㆍ끝>열리지 않은 희망다리, 신압록강대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