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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꼬임에 빠져 자식까지 '범죄자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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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꼬임에 빠져 자식까지 '범죄자 딱지'

입력
2015.11.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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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자 계약서 위조 부추겨

전세→월세로 담보가치 부풀려

은행서 총 17억 달하는 불법 대출

사기ㆍ사문서위조 등 18명 실형

“아들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월세인 것처럼 보증금을 낮춘 계약서를 작성하면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부 A(59)씨는 4년 전 지인 B(59)씨로부터 이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B씨 소개로 만난 부동산 업자 C(58)씨는 그에게 아들(27)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을 넘긴 뒤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월세로 꾸며 허위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A씨는 1억2,000만원인 전세보증금을 2,000만원의 월세보증금으로 낮춰 서류상 부동산 가치를 높인 후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보증금이 적을수록 부동산의 ‘잔존가치’가 높아져 대출이 손쉬워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A씨는 6개월 뒤에는 둘째 아들(26) 명의로 된 주택에 대해 50대 남성이 임차인으로 기재 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9,000여만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물론 이들 사이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적은 없었다. 그는 C씨 등과 공모해 이렇게 위조한 임대차계약서로 2011~2012년 서울과 수도권 은행에서 4억여원을 사기 대출 받았다.

5년 전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업자 C씨를 찾은 D(27)씨도 가짜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했다. A씨 모자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보증금을 낮춘 허위 계약서였다. D씨 역시 임차인을 실제로 만나지 못했으나 한 달 뒤 D씨 부자에게는 9,500만원의 대출금이 나왔다. D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임차인 연락처에 아버지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미심쩍었지만 아버지의 부탁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어린 자녀들까지 동원해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고 은행 대출을 받은 가족 등 18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나상훈 판사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C씨 등 7명에게 징역 4개월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11명에게는 집행유예 1~2년이 내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가족 사기극’의 중심에는 C씨와 그의 아들(31), 조카(33)가 함께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소가 있었다. 이들은 B씨에게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공모자들을 부동산 사기에 끌어들였다. C씨 일당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알게 된 임차인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손쉽게 가짜 월세계약서로 둔갑시킬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모두 16억9,000여만원을 대출받게 한 뒤 상당액을 수수료로 챙겼다. 법원 관계자는 “공모자들은 더 많은 대출 욕심에 애꿎은 자녀까지 끌어 들여 범죄자로 만들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까지 넘길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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